현대제철 노조, ​기본금 18만4900원 인상·영업익 25% 성과급 지급요구안 마련
철강업 불황에 지난해 현대제철 영업익 전년 대비 34% 감소···업계 "무리한 요구"
돈 나갈 곳 많은 철강업계, 전기로 신설, 저탄소 제품 개발 등 글로벌 탄소규제 대응 나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공장.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공장. /사진=현대제철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올해 1분기 사업 정상화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현대제철에 또다시 '노사갈등'이 불거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파업으로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는 노조가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글로벌 탄소규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전기로 증설 등 숙제가 쌓인 상황에서 노사갈등이 불거질 경우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와 똑같이 달라”···철강업 불황에 노조 요구안까지 ‘이중고’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는 이날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요구안에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의 기본급을 인상 지급하라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노조는 요구안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내용도 담았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을 따져봤을 때 성과급 규모는 1인당 3152만원 씩, 총 3362억원에 달한다. 또 노조는 현대차가 특별성과금으로 지급한 400만원에 주식 10주를 더한 금액인 일시금 580만원을 전 임직원에 지급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실적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제철 실적 추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업계는 철강 업황 부진을 이유로 노조의 과도한 인상안 요구가 관철되기 어렵다고 예상한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1조6165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향후 실적 전망도 어둡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크지 않아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대제철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감소한 6조9319억원, 영업이익은 55.5% 감소한 366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현대차와 같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며 “철강 업황이 밝지 않고 노조 측 명분이 부족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지난해 불거진 노조 파업이 다시 재현된다면 지난해 4분기처럼 영업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실적이 좋은 일부 계열사들에게만 특별성과급을 지급했고, 이에 지난해 현대제철 노조는 이를 이유로 사 측과 갈등을 빚었다. 노조는 당시 현대자동차와 동일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146일간 사장실을 점거하고, 62일간 게릴라 파업을 벌였다.

최근 노동계가 정부 상대로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연대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3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전국 각 지역에서 총파업을 한다. 금속노조 산하 최대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도 5년 만에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탄소중립 대응 나선 현대제철···투자할 곳 산더미

현대제철은 탄소 중립을 위한 전기로 신설, 저탄소 제품 개발 등 숙제가 쌓여 있는 상황이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탄소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에 업황 악화 속에서도 매년 연구개발(R&D)비는 늘리고 있다. 지난 2019년 현대제철은 연구개발비로 1425억원을 지출했지만 2020년 2053억원, 지난해에는 2456억원으로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렸다. 

최근 현대제철은 2050 넷제로(Net-Zreo)를 선언하면서 전기로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국내 최대 전기로 제강사인 현대제철은 2030년까지 탄소 직·간접 배출량을 12% 감축하고 이에 따라 전기로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신성장 동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로 나아가기 위해 현대제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전기로 신설에 따라 운용비도 대폭 늘었다. 현대제철(7.04TWh)은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18.41TWh), SK하이닉스(9.21TWh) 다음으로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4월부터 올 2·4분기까지 전기요금은 총 다섯 차례 연달아 오르면서 50% 가까이 상승했다. 올 3분기 전기료는 동결됐지만 향후 인상 가능성이 크다.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원가 부담으로 작용해 영업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월 2022년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전기요금이 kWh 당 1원 오르면 연간 원가 부담이 100억원가량 오른다”고 했다. 

한편, 포스코의 경우 현재까지 7차 단체교섭을 이어가며 노사간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사 양측은 현재까지 7차 단체교섭을 진행했고 지난 27일 사측 단체협약 요구안이 노조 측에 전달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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