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대출로 간신히 버티는 국내 기업들
제조업·대기업이 가장 심각, 의존도·부채비율 증가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빚으로 빚을 갚는 시대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내 기업집단의 차입금 의존도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이익이 줄어든 기업들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을 갚기 위해 추가 대출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셈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외부감사대상 법인 기업(외감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26.0%로 지난해 4분기(25.3%)보다 0.7%포인트 올랐다. 지난 2016년 1분기 26.2% 이후 최고치다.

외감기업은 주식회사 중 자산총액이 120억원이 넘는 회사로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곳을 말한다. 이번 조사에는 대상 기업 2만1042곳 중 3907개 기업을 표본 조사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19.7%에서 20.7%로, 비제조업이 32.3%에서 32.7%로 각각 차입금 의존도가 올랐다. 비제조업보다 제조업의 의존도가 더 높아진 것은 반도체 등 국내 대표 수출 효자들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제조업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48.4%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2.5%로 크게 하락했다. 1000원이라는 매출을 달성했을 경우  484원의 영업이익이 남았었지만, 올해에는 25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은 30.6%에서 30.2%로 차입금 의존도가 소폭 하락했지만 대기업은 24.1%에서 25.0로 올랐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경기침체기에 몸집 줄이기 등을 통해 빚을 줄이는데 주력한다. 아울러 현금 보유액을 늘리려 한다.

대기업도 차입금 감소를 위해 노력하지만, 예정된 대규모 투자나 고정비를 중소기업처럼 크게 줄이는 것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나 추가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다.

기업의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도 악화됐다. 올해 1분기 외감기업의 부채비율은 95.0%로 지난해 4분기 92.1%보다 2.9%포인트 올랐다. 2016년 2분기의 94.96% 이후 최고치다.

한국은행은 “제조업은 반도체와 기계장비 등의 수요 둔화로 수출액이 크게 줄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며 “대내외 악재로 악화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않아 당분간 기업들의 어려움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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