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시작으로 삼성전자·롯데 하반기 전략회의 진행
경기 악화에 무거운 회의 분위기···“위기별 맞춤형 시나리오 필수”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재계가 올해 상반기 사업현황을 점검하고, 하반기 대책 마련을 위한 전략회의 개최로 분주한 모습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SK를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롯데 등이 연이어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대내외 변수와 기회요인에 따른 대비책을 강구한다. 회의 분위기는 다소 어둡고 무거울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실적악화 및 산업현장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CEO들을 향한 채찍질을 올해도 반복될 것”이라며 “총수들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극복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략회의의 포문은 SK그룹이 열었다. 최태원 SK 회장과 계열사·자회사 CEO들은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된 ‘2023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미중 패권경쟁 등 각종 위험변수가 국내 산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맞춤형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환경은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지후가 나타난 후에 서서히 변한다”며 “징후가 있을 때마다 즉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준비해 경영활동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의 핵심 계열사인 하이닉스와 이노베이션은 각 업계의 극심한 불황에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3조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부문도 1분기에 흑자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최근 국제유가 흐름이 불안정해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참석한 CEO들은 위기일수록 회사별로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오는 20일부터 사업부문별로 전략회의를 연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DS(반도체) 부문이다. 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DS 부문 역시 반도체 불황으로 유례없는 ‘혹한기’를 겪고 있다.
경계현 DS 부문 사장은 최근 SNS를 통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과감하게 혁신하고 투자를 시도하는 기업이 미래 시장에서 우위에 설 것”이라며 “꾸준한 투자와 기술 혁신은 업황 반등 시기가 올 때 반드시 진가를 드러낼 것”이라며 설비 신·증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올해 1분기 4조5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2~3분기에도 조 단위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에도 경계현 사장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시장에선 내년 상반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를 기다리며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시설·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다음달 사장단회의(VCM)를 열어 계열사별 상반기 실적 점검과 하반기 대응전략을 논의한다. 롯데케미칼이 4분기 연속 적자를 겪고 있는 만큼 석유화학 분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실적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하반기 회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산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다. 롯데는 부산엑스포 개최로 유통 분야의 사업부진을 만회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스위스 등에서도 민간 유치 활동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 롯데 측은 VCM의 부산 개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