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통합이라는 ‘꼼수’로 얼렁뚱땅 4대 그룹 재가입 획책
4대그룹, 신중론에 무게···우회적 방식에 부담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에 2016년은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같은해 12월에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재계 총수들이 무더기 출석했고, 이 자리에서 대다수 총수들이 탈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고(故) 구본무 LG 선대 회장이 가장 먼저 탈퇴 의사를 밝혔고 이어 삼성과 현대차, SK 등이 잇따라 전경련을 떠났다. 당시 전경련이 경제계로부터 받던 연간 회비는 500억원 규모였다. 이 중 약 70%가 4대 그룹의 몫이었는데, 탈퇴로 정상적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최순실이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책 역할을 했던 탓에 정경유착의 온상으로 낙인 찍혀 문재인 정부에서 ‘패싱’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5년 간의 어려움 끝에 전경련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대적 쇄신을 약속하며 ‘한국경제인협회’로 새 간판을 달고 새 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정경유착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단체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회장단도 늘린다고 혁신안에 담았다.

국민 소통 강화 방안도 포함해 짧은 시간이지만 변화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모습이었다. 여론도 전경련의 자성책과 노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의 반응은 한순간에 돌아섰다. 전경련이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하면서 4대 그룹의 재가입을 노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어서다. 4대 그룹은 2016년 전경련에서는 탈퇴했지만 한경연에 소속돼 있어, 한국경제인협회에도 구렁이 담 넘듯이 재가입되는 셈이다.

4대 그룹은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 이어 최태원 SK 회장 역시 전경련의 새 출발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재가입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경연을 통합하는 우회적 방법을 통한다면 비난의 화살이 전경련을 넘어 4대 그룹에 향하는 동시에 경제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더 키울 수 있어서다.

전경련이 4대 그룹을 다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정식 입회원을 받고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한경연을 통한 우회적 방식은 국민의 비난 화살이 전경련을 넘어 4대 그룹에도 향하게 할 수 있다. 동시에 경제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더욱 키우는 악재가 될 공산도 크다.

4대 그룹에 전경련 복귀 의무는 없다. 한경연이 통합된다고 해도 이 조직에서 탈퇴하면 그만이다. 전경련은 이들 기업의 복귀가 뚜렷한 변화의 성과라고 알리고 싶을 것이다. 대외적 이미지보다 자력 변화라는 당초 목적 달성이 우선돼야 할 시점이다. 내실 없는 쇄신은 아픈 ‘과거사’를 되풀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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