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서사', 시청자 과몰입 유도에 중요 요인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국내 콘텐츠가 있을 것이다. 슈퍼스타K, 프로듀스101, 미스터 트롯, 팬텀싱어 등 음악적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유도하는 기제를 갖는다. 이들 프로그램이 시즌제로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수준을 확대하고,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참가자 개인의 스타성, 음악성(재능), 혹은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에서 생산되는 몰입기제인 게이미피케이션과 같은 형식적 요소일 수도 있겠으나,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차원의 요소 중 하나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도전 서사’다. 실제로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출연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도전과 성공 혹은 실패란 서사적 요소에 집중하며, 이런 스토리텔링은 시청자의 과몰입을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특히 프로듀스101, 팬텀싱어와 같은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중요한 수용자 몰입 요소 중 하나는 이 도전 서사가 연대를 통해 이뤄지는 ‘팀의 결성’에서 시작한단 점이다. 개인이 서바이벌을 통해 얻어내는 성취감과는 달리 팀이 만들어내는 ‘연대의 서사’는 각 개인이 가진 재능과 성공 요소들을 단순히 성장시키는 것과는 달리 서로를 이끌어주며, 혹은 희생해가며, 그 가운데 생기는 친밀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각각의 팀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혹은 어떤 연대감을 생성하는지, 그리고 자신들의 성장이 아닌 ‘팀의 성장’을 위해서 상대방의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주목하고, 스스로 찾아가며 몰입의 요소들을 구성해낸다.

이런 연대의 서사는 시청자 또한 그 연대에 함께 참여하고 있단 가상의 친밀감을 생성해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데뷔’를 목적으로 도전하는 팀과 함께 보이지 않는 연대룰 지속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을 응원하는 팬덤이다. 이런 프로그램 포맷은 팬덤 또한 그들과 함께 도전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며,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그 서사에 동참하고 있다는 감정적 몰입 요소를 생산해낸다.

최근 끝난 팬텀싱어 시리즈도 4명의 팀원을 찾기 위에 솔로에서부터 듀오-트리오-콰르텟까지 향하는 여정을 연대와 친밀감의 서사를 통해 다양한 세대의 수용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 3위를 차지한 크레즐은 각기 다른 언어로 노래하다 하나가 됐던 듀엣 미션에서의 성악 전공 이승민과 국악 전공 김수인이 주축이 돼, 이 프로그램이 아니면 만날 수 없었던 뮤지컬 배우 임규형과 K-POP 아이돌 조진호라는 각기 다른 장르의 가수들이 하나가 돼 K크로스오버의 새로운 한 축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서로를 몰랐던 각 싱어들이 만나 팀워크를 만들어내고, 결국 그가 아닌 ‘그들이’ 최종 도전을 향해가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걸 지켜보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몰입감을 안겨준다. 결승전 이후의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건 결국 그들이 만들어낸 ‘다름의 하나’에서 비롯되는 서사의 반전이 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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