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시행 따라 한국·일본 분리막 제품 수요 증가
SKIET·WCP 등 분리막 업체 "올해 안 진출 계획 발표 예정"
대규모 증설 계획 따른 투자비 마련 움직임 분주

SKIET 폴란드 공장 전경. / 사진=SKIET
SKIET 폴란드 공장 전경. / 사진=SKIET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국산 분리막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 공장 가동률도 오르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산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주로 한국과 일본 업체를 찾고 있다”

한 분리막 업계 관계자 A씨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로 신규 고객사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IRA 세부지침에 따라 분리막이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되면서 사업 기회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분리막 업체들은 그간 낮았던 가동률을 회복하고 해외 증설을 위한 실탄 확보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배경엔 IRA·CRMA 등 미국과 유럽연합(EU)가 추진하는 보호무역주의가 있다. 특히 IRA가 배터리 업체의 중국 분리막 사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IRA 세부규칙에 따르면 분리막은 2029년부터 북미에서 생산·조립돼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분리막 시장은 중국이 68%를 차지하고 나머지를 한국과 일본이 나눠 갖고 있지만, 이러한 지형에도 변화가 따를 전망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RA 규정으로 분리막 업종은 미국 내에서 점유율 확대 국면에 들어섰다”며 “그동안 가장 큰 위험 요인로 존재했던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우려도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시설 투자에 보수적으로 나섰던 분리막 업계가 신·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북미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국내 분리막 제품의 수요도 덩달아 증가할 전망이다. 

SKIET는 북미 현지 생산 요구가 늘면서 중국 분리막 제품을 쓰던 배터리 업체들의 문의가 증가한 데 따라 올해 안에 북미 진출 여부를 확정 짓겠단 방침이다. SKIET관계자는 “북미 지역 투자 계획은 주요 고객들의 수요 증자에 따라 필수적”이라며 “2029년부터 100% 현지 생산이 요구되므로 2028년 전후를 진출 시점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국내 2위 분리막 생산업체인 더블유씨피(WCP) 또한 북미 진출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내 증설 활동은 현재진행형이다. SKIET는 지난 2021년 폴란드에 분리막 생산공장을 지었고 오는 2024년까지 폴란드에서만 2~4공장을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유럽 내 최대 생산 규모인 연간 15억4000만㎡ 분리막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WCP는 헝가리에 둥지를 틀었다. 2025년까지 7억유로(약 9958억원)를 투자해 연산 12억㎡ 규모의 분리막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국내 공장 생산량까지 합치면 약 23억㎡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SKIET 분리막 생산능력.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SKIET 분리막 생산능력.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분리막 업계의 증설 자금 마련 활동도 분주하다. SKIET는 지난 25일 세계은행그룹 산하의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3억달러(약 4000억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SKIET가 폴란드에 구축하고 있는 분리막 생산공장 증설에 쓰일 예정이다. WCP는 대규모 증설을 위해 차입, 일부 재무적 투자자를 통한 자금 마련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과 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 카세이, 도레이 등 높은 기술력을 보유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북미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일본 아사히카세이, 도레이는 고급 습식 분리막 점유율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IRA 시행으로 상당 부분이 한국과 일본으로 넘어올 것”이라며 “일본 업체와 경쟁은 심해지겠지만 국내 분리막 기업들은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해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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