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 올 하반기 북미 증설 규모 약 230GWh···국내 장비 업체 수혜 예상
SK온 美 조지아주 공장 국산 장비 비중 96%···유럽 배터리 업체도 '러브콜'
배터리 소재·부품 기업도 덩달아 美 진출···배터리 셀 업체와 동반 성장 기대감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공장. /출처=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공장. / 사진=LG에너지솔루션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올해 하반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국내 배터리 3사의 북미 현지 공장 건설이 본격화하면서 북미 내 장비 발주 규모만 200GWh를 훌쩍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소재, 부품 후방산업도 융합적으로 동반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 하반기 최소 7조원 시장···북미 공장엔 국산 장비 대세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하반기 북미 배터리 공장 준공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건 단독공장,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제 3공장,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애니조나 단독공장 등 총 4곳의 장비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SK온은 GM과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 2차 장비 발주를 계획 중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지난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1공장(33GWh) 기초공사를 마치고 지난 2분기 장비 업체들에 LOI(구매의향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내 장비업체들에 대한 PO(구매주문) 이뤄질 전망이다. 공장 가동 시기는 2025년 1분기로 예상된다.

이들이 발주할 장비 규모는 약 230GWh에 달한다. 통상 배터리 장비 업체에 대한 발주 규모는 공장 전체 투자 규모의 3분기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1GWh당 1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지는 걸 고려하면 장비 업체들은 올해 하반기에만 최소 7~8조원에 육박하는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주로 국내 배터리 장비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앞서 가동에 나선 조지아주 공장의 국산 장비 비중은 96%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셀 업체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중국, 유럽 등에서도 국산 장비를 90%가량 도입했다”며 “미국에 공장을 짓지만 국내 장비 업체도 그만큼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IRA 세부지침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앞다퉈 미국에 진출하면서 주요 협력사의 동반 성장에도 기여하는 모양새다. 주요 증설 완료 시점이 몰려있는 2026년 전후까지 국내 배터리 장비업체들의 북미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2023년 하반기 배터리 3사 장비 발주 예상.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배터리 소부장, 美 진출로 글로벌 시장 확장 효과

미국 내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지역 생산기지 구축이 활발해지면서 배터리 소재·부품 기업들도 북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분리막 업체의 북미 진출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IRA 세부지침상 배터리 부품은 2029년부터 100% 현지화가 필요해 북미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SK온·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협력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LG화학이 북미 진출을 검토 중이다. LG화학은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분리막 사업에 대해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미국 현지화를 전제로 고객사와 적정 생산 규모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연내 분리막 현지화 투자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북미 진출을 꾀하는 국내 업체도 있다. SKC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과 북미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SKC의 동박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합작공장 건립을 논의 중이다. 도요타통상과 도요타자동차가 2025년 가동할 예정인 연 4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에 동박을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셀-소재-장비 업체 간 구축된 트랙 레코드는 향후 수주전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올해와 내년 글로벌 장비 발주 규모는 650GWh 이상으로 추정된다. 

노스볼트 등 유럽의 신규 배터리 업체의 증설 일정도 빽빽이 늘어서 있어 고객사를 늘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보다는 국내 업체들과 손잡으려는 움직임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3사의 미국 증설 발주가 시작되면서 (장비 업체의) 고객사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 2021년부터 기 수주됐던 (유럽 등) 해외신규업체들의 물량들은 양산급 파일럿 라인으로 추정되며 올해부터 양산급의 추가적 수주가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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