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전환·전기차 보급 확대로 수요 급증 전망···가격도 오름세
미국 에너지부(DOE), ‘2023년 핵심 소재 최종 목록’에서 구리 '에너지 핵심 소재' 선정
구리 주원재료인 동박·전력망 업계, 공급망 확보 중요성 커져···수급처 다양화·리사이클링 등 전략 다양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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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구리는 중국 내에서 소비합니다. 자국에서 쓸 구리도 부족한 상황이라 수입하기도 어렵습니다.”

8일 이차전지 소재인 동박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오름세를 나타내는 구리 가격 추이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구리를 두께 10㎛(100만분의 1m) 이하로 얇게 펴 만들면 동박이 된다. 그는 “내년부터 북미 시장에서 동박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구리 가격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판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 

산업계에서 가장 흔한 금속이던 구리가 미래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가 태양광 및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보급에 힘쓰면서 수요처가 늘고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도 구리를 처음으로 핵심원자재 목록에 추가했다. DOE가 발표한 ‘2023년 핵심 소재 최종 목록’은 핵심 자원을 ‘에너지 핵심 소재’와 ‘핵심 광물’로 분류하고 구리를 에너지 핵심 소재로 선정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바이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이 있다. 특히 전기차 보급과 전력망 구축이 구리 수요를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됐다. DOE는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등 유망한 청정에너지 발전·송전·저장 기술의 제조 과정에 사용되는 재료 공급망의 중요도에 따라 핵심 소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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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역시 급증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이 발간한 ‘에너지 전환시대, 더 많은 금속이 필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구리 수요는 지난해 대비 2032년 1.6배, 2042년 2.2배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구리 수요에서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이었지만 2030년 53%, 2040년에는 61%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1대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구리의 양은 내연차의 약 4배”라며 “전기차 공급이 확대될수록 구리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고 했다.

구리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파운드당 3달러 중반대를 유지하다 지난달 31일 4달러를 넘어선 이후 3달러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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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가 ‘전략 자원’으로 변모하는 가운데 구리를 주 원재료로 사용하는 기업들은 구리 공급망 구축이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급성장하는 전력망 업계도 대표적인 구리 소비처다. 구리는 높은 전기전도율을 갖고 있어 전선의 핵심 원재료로 쓰인다. 

LS전선은 구리 재고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주요 전기동(고순도 구리) 매입처인 국내 계열사 LS MnM 외에도 칠레 국영 구리생산업체 코델코에서도 수입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다. 

구리를 대체할 소재를 찾기도 한다. LS전선은 관계사 LS알스코와 함께 알루미늄 신소재 사업을 확대해 구리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한 자동차·풍력발전 전선 공급 확대를 노리고 있다. 구리보다 40%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한정적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리사이클링’도 수급 방안으로 떠오른다. 동박 생산업체인 SK넥실리스는 구리 공급 물량의 절반가량을 폐전선에서 추출해서 쓰고 있다고 알려졌다. 또 다른 동박 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풍산 등에서 구리를 구매하고 나머지 물량은 폐구리를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다.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전체 공급량 대비 폐전선에서 뽑아 쓰는 구리 비중을 밝힐 순 없지만, 국내외 폐전선 리사이클링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수급 역량을 갖춘 상태”라며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도 구리를 납품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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