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2028년 동박 생산능력 연 24만t까지 확대···2조4000억원 필요할 것으로 예상
SK넥실리스, 2025년 동박 생산능력 연 25만t 목표···필름사업, SK피유코어 매각으로 투자금 마련 행보
글로벌 동박 시장 2030년 4배 이상 성장···시장성 좋아 외부 투자자 유치 수월할 듯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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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동박 시장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SKC 등 국내 주요 동박 생산 기업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양사가 계획하고 있는 설비 투자금 규모가 수조원에 달해 향후 유동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4일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를 통해 생산능력을 올해 6만(t)에서 2028년 24만t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량을 확대하고 유럽 거점으로 스페인 공장을 신설하겠단 계획이다. 또 북미 진출을 위한 신규 입지 선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편 소재로 음극재를 감싸는 필수 소재다. 얇게 만들수록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2차전지용 동박의 경우 고객사가 요구하는 사양이 까다로워 후발주자가 생기기 어렵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국내 최초로 동박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올해 3월 롯데케미칼에 인수됐다. 지난해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해 이 분야 4위를 기록했다. 2028년에는 하이엔드 동박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대규모 증설 계획에 따라 유동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 투자처가 잡힌 4만t 규모의 증설분을 제외하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목표로 제시한 24만t까지 추가로 필요한 생산시설은 16만t 규모에 달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향후 2조4000억원가량, 매년 500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통상 동박 1만t 공장을 증설할 때 1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된다는 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측 설명이다. 

아직 현금 창출능력이 크지 않아 자체 자금 조달로는 무리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8499억원으로 외부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표=정승아 디자이너
표=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매년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향후 설비 투자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는 최소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51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2년 848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현재 부채비율도 22%로 양호한 수준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며 “2028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차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동박 생산 1위 업체 SK넥실리스도 대규모 신증설을 앞두고 있다. 모회사 SKC는 지난 4일 동박 생산능력을 연산 25만t까지 증설하고 북미 지역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동박과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반도체 소재에 2조원, 친환경 소재에 2000억원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SK넥실리스도 지속적 투자 소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현금 곳간을 채우는 게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 SKC의 올해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028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984억 원에서 4000억 원가량 감소했다. 

이에 SKC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행보가 분주해졌다. 지난해 필름사업 부문을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에는 5000억 원 규모로 폴리우레탄 자회사 SK피유코어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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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동박 시장 전망이 좋아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등 외부 자금조달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글로벌 동박 시장은 올해 50만t에서 2030년 223만t으로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국산 동박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박은 IRA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는 소재는 아니지만 중국산과 비교해 기술력 측면에서 우월해 북미 현지 고객사의 국내 기업 진출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글로벌 점유율 1, 4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과 중국 기업 간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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