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美 증설 이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 中에도 공격적 증설
동남아 전기차 시장 급성장···中 공장, 지리적 이점 있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해외우려집단(FEOC) 中 지정 우려···"중국법인은 타격 없을 것"

SK온 중국 창저우 공장 전경 /사진=SK온
SK온 중국 창저우 공장 전경 /사진=SK온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현대차·기아,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이 중국법인 운영에 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에서 호실적을 내고 있다.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큰 매출을 내는 곳도 중국법인이다. 향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규정하는 해외우려집단(FEOC)에 중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만, 전기차 시장 규모 1위인 중국과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선 중국 진출이 필수라는게 업계 목소리다.

지난 25일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중국법인에 대한 채무보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차입금 규모는 2조6220억원이다. 채무보증은 자금이 필요한 자회사가 자금을 조달할 때 모회사가 신용을 바탕으로 이를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차입금은 SK온과 중국 EVE 에너지와의 합작법인이 설립한 옌청 1공장에 사용됐다. 지난 2019년 연산 10GWh 규모로 설립된 이 공장은 추가 투자를 통해 27GWh까지 규모가 확대됐다. 

SK온의 중국법인은 지속적인 증설로 차입금 규모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에 단독공장을 추가로 짓는 등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SK온에 따르면 약 1조2000억원을 투여, 내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중국 옌청에 33GWh 규모의 공장을 짓는다. 

옌청 2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SK온의 중국 내 생산능력은 창저우(7GWh), 후이저우(10GWh) 공장을 포함해 77GWh에 이른다. 2025년 SK온의 북미 생산능력(185GWh)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배터리 3사 가운데 중국에서 가장 큰 생산 규모를 갖춘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5년부터 중국 남경에서 62GWh규모의 배터리 셀 공장을 가동 중이다. 오는 2025년까지 추가 투자를 통해 145GWh까지 생산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삼성SDI는 구체적인 생산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중국 서안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이다. 톈진에선 스마트 기기·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소형배터리 셀 공장을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내 R&D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설립한 상하이 SDI R&D 차이나(SDIRC)를 통해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중국 내 특화 기술 및 업체 동향을 파악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배터리 업체들이 IRA 시행 이후 북미 진출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중국법인 투자도 놓지 않는 모습이다. 북미와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성이 크지만, 여전히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전기차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팔리고 있고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차 보유량은 지난해 1000만대에서 2035년까지 1억6000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배터리 3사 중국법인의 실적도 크게 늘었다. SK온 중국법인의 매출은 지난해 2조976억원으로  해외법인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법인 매출액은 12조8458억원으로 2016년(2조4167억원) 대비 431.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중국법인 매출은 9298억원에서 5조4250억원으로 5배 넘게 뛰었다. 

미국이 중국을 전기차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중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IRA 백서에서 FEOC에서 조달한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사용을 금지했다. 향후 공개될 FEOC에 중국 기업이 포함된다면 중국법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미국 수출길이 막힌다.

다만 업계는 IRA의 FEOC에 중국법인이 다수 지정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공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수 시장과 동남아 시장의 수요가 중국법인의 생산량을 충분히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3사 모두 미국에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어 중국법인이 IRA에 따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적다”며 “중국 인근의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의 전기차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생산거점으로서 지리적 이점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FEOC 지정에 따른 중국법인 생산 차질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에 대한 해명도 내놨다.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FEOC로 지정되더라도 중국 남경 공장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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