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매장량·생산량 1위 인도네시아···포스코홀딩스·LG 컨소시엄, 잇따라 현지 투자 계획
인도네시아, 미국과 FTA 체결국 아닌 점 불안 요소···中 업체 현지 투자 많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인 니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 인도네시아가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공급망 ‘탈중국’이 요구되면서 중국이 아닌 자원 부국으로 기업들의 눈이 쏠리면서다. 

다만 중국업체들이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의 핵심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IRA를 통해 중국을 배제한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꿈꾸는 미국이 상당 부분 중국 자본이 통제하는 인도네시아를 협정국으로 받아줄지 주목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배터리업계, 니켈 캐러 인도네시아行

16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14~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해 양국 고위급 협의를 추진한다. 장 차관은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부 장관, 아리핀 타스리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 등과 만나 원자력 산업 기반과 핵심광물 공급망,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핵심광물 공급망과 관련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과 관련해 국내 배터리업계의 관심이 높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1위 니켈 보유국인 만큼 대(對)중국 광물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협력해야 할 최우선 국가로 꼽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광물자원 4위 공급국”이라며 “한국은 광물의 채굴 및 정·제련 분야의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여 양국은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매장량은 압도적이다.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은 인도네시아, 호주, 브라질, 러시아 순이고 연간 생산량(2020년 기준)도 인도네시아가 76만t(30.75%)으로 가장 높다. 니켈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고성능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하이니켈’ 양극재 수요도 덩달아 오르면서다. 하이니켈 양극재란 니켈 함량이 80% 이상인 양극재를 말한다.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 출력이 좋아진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인도네시아의 니켈 보유량에 주목해 잇따라 현지 진출 계획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일 포스코홀딩스는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할마헤라섬 웨다베이 공단에 4억4100만달러(약 6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부터 연 5만 2000t 규모의 니켈 중간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 규모 90억달러(약 12조원)에 이르는 프로젝트도 곧 구체화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포스코홀딩스, LX인터내셔널, 중국 화유코발트는 지난해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광물 채굴부터 제련·정제 과정을 거쳐 전구체·양극재를 거쳐 최종적으로 배터리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LG컨소시엄 사업은 IRA라는 변수로 첫 투자 협약 이후 1년 이상 진행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에는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니켈 원상 수출을 금지하는 등 ‘자원 민족주의’를 강화하면서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면서 “현재는 문제없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섬 소로와코에 있는 브라질 광산업체 베일의 니켈 광산. /사진=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섬 소로와코에 있는 브라질 광산업체 베일의 니켈 광산. /사진=연합뉴스

◇미·인니 '광물 동맹' 맺을까

인도네시아가 아직 미국과 FTA 체결국이 아니란 점은 불안 요소다. IRA에 따르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광물을 사용한다면 광물의 추출·가공 중 한 과정은 미국이나 FTA 체결국에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니켈을 채굴해 단순 제련 과정을 거친 후 나머지 과정은 미국과 FTA 체결국인 한국 혹은 미국 내에서 진행해야만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와 미국 간 FTA 협정이 이뤄진다면 더 많은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니켈 개발 프로젝트 대부분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IRA의 도입 목적이 중국산 배제인 만큼 이는 인도네시아와 미국이 FTA 협정을 맺는데 방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기업들은 니켈과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광물 개발을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광산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은 미국의 간택을 기다리는 중이다. 미국이 IRA 핵심광물 조항과 관련한 추가 조치를 언급하면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미국은 FTA를 맺지 않은 일본을 핵심광물 협정 대상에 추가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IRA가 많은 인센티브를 창출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한 만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핵심 광물 협정국 대상을 늘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산업부 또한 미국에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을 핵심광물 협정 대상에 추가해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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