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화유코발트, 에코프로·SK온-거린메이(GEM)···전북 군산 새만금국가산업단지서 전구체 생산
전구체, 양극재 원가 70%·대중국 수입 의존도 90%···"공급망 다변화 필수적"
IRA 내 외국우려단체(FEOC) 범위에 화유코발트·거린메이 포함 시 美 수출길 막힐수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잇따라 중국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전구체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전구체의 90% 이상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와 손을 잡고 부분 내재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내에서 외국우려단체(FEOC)로 국내 업체와 관계를 맺은 중국 업체들이 지정되면 미국 수출에 일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中 원재료 조달 능력 점수 준 K배터리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중국 전구체 업체와 합작회사(JV)을 통해 국내 전구체 생산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7일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북 군산 새만금국가산업단지(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총 1조2000억원을 투입, 2026년부터 연 5만톤(t) 규모의 전구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2028년에는 연 10만t 규모까지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LG화학과 화유코발트의 합작사 설립은 이번이 두 번째다. 두 업체는 2018년 중국 취저우에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고 연간 4만t의 전구체를 생산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화유코발트는 광물 소싱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기업”이라며 “중국 현지에서 합작공장을 운영하는 등 오랜 협력 관계를 구축해온 만큼 기술 교류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국내 최대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는 중국 거린메이(GEM)과 손을 잡았다. 에코프로, SK온, GEM 3사는 합작사인 ‘GEM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GEM코리아)를 설립하고 2024년 말까지 연 5만t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최근 한·중 사이 잇따른 협력 관계가 구축되는 것은 안정적인 원료 조달 및 전구체 수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전구체 대중국 의존도는 90% 가량으로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지만 매년 전구체 수입량은 증가 추세다.
또한 IRA 보조금 수령 조건에서 전구체가 핵심 광물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 광물을 가공할 때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전체의 50%를 넘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합작사에서 생산한 전구체를 가공해 양극재로 만들어 수출하면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며 “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만든 전구체 수요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 또한 한국과 협력이 절실하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경쟁이 과열되면서 향후 5년 내 과공급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한국 배터리 소재 업체와 중국 전구체 업체의 협력 소식은 양측의 수요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중국 업체의 광물 조달 능력을 주목해 국내 배터리 업체와 손 잡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외국우려단체 지정 우려···“미국 외 시장도 크다”
다만 IRA에서 규정하는 FEOC에 국내 업체와 협력하는 중국 업체가 포함되면 문제가 생긴다. 미국은 FEOC가 생산한 배터리 부품·핵심광물이 들어간 완성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뺀다.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적용된다.
업계는 미국이 추후 발표하는 FEOC 가이던스에 주목한다. FEOC 대상에 중국 업체와 중국 기업과 설립한 합작사가 포함된다면 미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한·중 합작공장에서 생산한 전구체와 양극재의 수출길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국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배터리 업계는 화유코발트, GEM 등이 FEOC에 지정되더라도 전구체 판매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 외에도 유럽, 중국, 아시아 등 다양한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전구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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