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국가 언급은 없어···'불확실성 여전' 지적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하자 한국 배터리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보조금 확보를 위해 생산 공정 변경을 검토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국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는 등 모호한 부분도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양극판·음극판을 배터리 부품으로 규정하고 양극 활물질은 부품으로 포함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된 전기차 배터리 관리 세부 지침 규정안을 3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새 규정은 이달 18일부터 적용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IRA 아래서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 규정에 따라 부품으로 구분된 양극판, 음극판은 북미에서 제조·조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반면 양극 활물질은 소재로 분류됐기에 한국에서 생산해도 세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양극 활물질 등은 국내서, 이후 양극판·음극판을 만드는 단계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기에 기존 공정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관측이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완성차업체와 북미 지역에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을 합의하고 작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SDI도 최근 완성차업체인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2025년 1분기부터 생산 가동이 목표다.
게다가 핵심 광물의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한 재료를 한국에서 가공해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도 이번 지침에 추가됐다. 인도네시아나, 아르헨티나 등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로부터 광물을 수입하더라도 한국이 가공해서 부가가치 기준(50%)을 만족시키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이번 세부 지침에서도 구체적인 우려국가 관련 언급이나, 광물 조달 관련 언급은 없었다. 향후 미국의 결정에 따라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을 우려국가로 보는 언급이 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소재업체들은 양극재 핵심소재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의 전체 수입액 중 90% 가량을 중국산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IRA는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재무부는 이날 규정안에서는 외국 우려 단체를 정의하지 않았으며 향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