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국내 전구체 설비 투자로 IRA 대응 나서···가성소다 수요 덩달아 증가
가성소다 수요 지속 확대 전망···가격도 오름세
물성·배송비 영향 커 국내 생산설비 갖춘 한화솔루션·LG화학·롯데정밀화학 등 수혜 예상돼

LG화학 여수 생산라인 전경. / 사진=LG
LG화학 여수 생산라인 전경. / 사진=LG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화솔루션과 LG화학 등 석유화학업체가 예상 외 제품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흔히 ‘양잿물’로 알려진 가성소다가 그 주인공이다. 배터리업체들이 국내 전구체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제조 공정에서 필수로 쓰이는 가성소다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가성소다 제조업체들은 증설을 통해 늘어나는 수요에 대처할 계획이다.

◇국내 전구체 공장 증설 러시···가성소다 몸값도 올라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국내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초부터 LG화학, 포스코퓨처엠, SK온, 에코프로 등이 국내 전구체 공장 건설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대응을 위해 주요 배터리 및 소재사들이 전구체 자급화 노력을 펼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전구체를 양산하는 업체는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두 곳뿐이지만 중국과 합작법인을 통해 전구체 생산시설을 늘리는 추세다.

배터리업체들의 전구체 내재화 전략에 가성소다 수요도 함께 늘었다. 전구체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침 공정에 가성소다가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과거 가성소다는 반도체 세정, 펄프·제지 표백, 알루미나(산화 알루미늄) 추출 등에 주로 사용됐던 원료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전구체 생산량은 지난해 7만5000톤(t)에서 2028년 65만2000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전구체 1t 제조 시 약 0.9톤의 가성소다가 사용된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전구체용 가성소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전체 수요의 3%에서 2028년 20%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성소다 동북아시아 지역 거래 가격은 지난 2020년 1월 t당 200달러 수준에서 지난 1일 기준 t당 345달러까지 치솟았다. 

◇내수시장 수요 증대···증설 나선 한화솔루션

가성소다 수요 증가에 생산업체들은 반색하고 있다. 업계는 한화솔루션·LG화학·롯데케미칼 등 국내에 생산시설을 둔 가성소다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상한다. 가성소다는 물성이 예민하고 배송비 영향을 크게 받아 내수용 성격이 강하다. 

업계관계자는 “가성소다는 무게 당 단가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배송비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또 제품 물성의 민감도 탓에 고객사들은 중국산을 수입하는 것보다는 국산 제품을 선호한다”고 했다.

국내 가성소다(수산화리튬) 생산 규모.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가성소다(수산화리튬) 생산 규모.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가성소다 생산 1위 업체는 한화솔루션이다. 총 생산능력은 연간 84만t에 이른다. 한화솔루션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지난 2021년 여수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연산 111만t까지 생산능력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방산업에서 가성소다가 쓰이는 만큼 새로운 먹거리가 생긴 셈”이라며 “이차전지 시장이 확대되면서 선제적으로 가성소다 증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73만t), 롯데정밀화학(35만t) 등 국내 가성소다 생산 2, 3위 업체들도 생산력 확대를 위한 투자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도 가성소다 수요가 대폭 늘 것으로 예상해서다. 폐배터리에서 주요 광물을 추출할 때 가성소다가 주요 역할을 한다.

폐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2030년쯤부터 가성소다 수요 또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차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올해 7000억원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12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폐배터리 업계관계자는 “전구체는 1t 제조 시 가성소다 0.9t이 필요하지만,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의 경우 1t당 훨씬 많은 양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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