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사업 다변화, 지난해 영업손실 7584억·영업이익률 -3.4%
이차전지 핵심소재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 수정···“수익·기업가치 제고 만전”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 생산라인. /사진=롯데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 생산라인. / 사진=롯데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악화일로다. 30여년 만에 최악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동시에 창사 이래 첫 적자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흑자 달성만이 현재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7584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1조5356억원의 이익을 기록했지만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냈다. 연간 실적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의 합병을 통해 2012년 롯데케미칼로 공식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적자전환의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제침체로 인한 업황·경영 불확실성 탓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수에도 경쟁사인 LG화학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은 전년 대비 실적 내림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적자까지는 기록하지 않았다. LG화학은 배터리,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및 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해 석유화학 시장의 불안에도 실적방어에 성공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에탄올과 납사 등 석유화학 기초소재 분야에만 사업구조가 여전히 편중된 모양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은 22조2761억원인데, 이 중 기초소재 부문의 비중은 61.4%(13조6821억원)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업황 불안에 기초소재 부문이 부진을 겪게 되면 롯데케미칼의 전체 실적이 흔들리게 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3.4%를 기록했다. 1993년(-6.8%) 이후 30여년 만에 최저치다. 1983~2022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9.3%로 그동안 높은 수익성이 담보됐지만, 뒤늦은 사업구조 다변화에 실적악화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장기화로 석유화학 수요가 부진하고 2015~202년 나타난 호황 사이클에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공급량이 많은 상황”이라며 “불황에는 생산시설 가동률 조절이나 노후 자산 매각, 포트폴리오 변경 등의 운영 효율화가 필요한데, 롯데케미칼은 대처가 늦어 수익성 방어가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케미칼은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신사업 확대로 실적 안정화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까지 6조원을 투입해 수소 생태계 구축하는 동시에 4조원도 추가 투자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두기업으로 올라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올해 1분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자회사로 편입된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이차전지 핵심소재의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두 기업은 롯데케미칼의 자회사로 편입된 지난해 9~12월 4개월간 약 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모회사에 안겼다. 올해 예상 매출 기여 규모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미중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플레이션 등의 불확실성과 중국의 생산공장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완료와 고부가제품 생산 확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익성과 기업가치 제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