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손실 523억···매출 2.98%↓
경쟁사 증설 잇따라···"경쟁 치열해질 전망"
시설투자 보수적 입장···생산 경제성·장기공급 계약 체결 우선
폴란드 공장, CRMA 수혜 가능성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값싼 제조원가를 내세운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시작되면서 국내 분리막 생산 업체들의 시장환경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고정비가 높은 업계 특성상 공장 가동률 저하와 전력비 상승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적자를 본 국내 분리막 1위 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신규 고객 확보, 공장 가동률 상향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SKIET 올해 성적표 낙제점···고정비 상승 따른 낮은 가동률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IET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 523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5858억원으로 2.98%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297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 하락 원인으로 러·우 전쟁에 따른 전력비 상승, 폴란드 공장 증설 지연, IT기기 수요 감소, 전기차 출고 지연 등이 꼽힌다. 주요 고객사인 SK온 등과 거래가 원화결제로 이뤄져 강달러 흐름 또한 악재로 작용했다.
지지부진한 공장 가동률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됐다. 국내 증평 공장 가동률은 40% 내외, 폴란드 공장도 50% 미만의 가동률를 보여왔다. 다만 SKIET는 지난해 4분기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가동률 전망도 녹록지 않다. SKIET는 지난 6일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춘절 연휴 등 영향으로 올해 1분기 평균 가동률을 긍정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SKIET의 올해 실적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쉽게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발표 하루 뒤인 7일 보고서를 통해 SKIET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HOLD)'으로 낮춰 잡았다. 1분기에도 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조 연구원은 "SKIET는 지난해 4분기 충분하지 못한 공장 가동률로 영업적자가 지속됐다"며 "올해 리튬이온분리막(LiBS) 사업의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로 인해 영업손실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中·日과 판가 경쟁···신규 고객사 확보 과제
판가 하락도 변수다. 중국과 일본의 업체들이 공격적 증설을 진행 중인데 이에 따른 가격 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분리막 후발주자였던 중국의 성장세가 매섭다. 중국 내 습식 분리막 점유율 1위 업체인 상해은첩은 지난해 미국 분리막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상해은첩 등 중국 기업들의 분리막 증설 러시가 진행되고 있다"며 "SKIET의 강점으로 부각되던 코팅 분리막도 경쟁 강도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SKIET와 분리막 시장 2위 자리를 경쟁 중인 일본 아사히카세이는 지난해 증설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 시장에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사히카세이가 제품 가격을 20~30% 낮춰 한국 기업들에 납품 제안을 하기도 했다. 아사히카세이는 2025년까지 연간 분리막 생산 능력을 30억㎡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도레이도 LG화학과 헝가리 합작사 등을 통해 증설에 나서고 있다.
SKIET도 판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SKIET는 "올해 분리막 판가는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다만 가격 인하를 통해 가동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제는 신규 고객 확보다. 판가 경쟁 상황에도 판매량을 늘려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정비가 높은 사업 특성상 판가를 낮추고 신규 고객사를 통해 판매량을 높이는 게 유리할 수 있다"면서 "배터리 셀 업체는 한 번 적용한 분리막의 물성을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분리막 업체 입장에선 장기 계약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탈중국' 보호무역주의는 기회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법안이 기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두 법안 모두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 배제가 핵심이다.
SKIET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북미지역 진출에 대해선 조심스런 입장이다. 북미지역 생산 경제성이 확보되고 고객사와 장기공급 계약이 우선 체결되면 미국 생산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3월 IRA 세부 시행령이 확정되면 공식적 증설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가 추진하는 핵심원자재법(CRMA)도 기회다. 핵심은 '유럽 내 공장 여부'다. SKIET는 이미 진출한 폴란드 공장을 통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유럽 거점에 공장이 있다면 물량과 협상권 등의 측면에서 유리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SKIET는 2025년까지 폴란드 내에서만 3개 공장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3.4억㎡에서 15.4억㎡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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