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수요예측, 33.28대 1의 저조한 경쟁률 기록
공모가 6만원 확정···밴드 하단 대비 25% 낮춰 잡아
오는 20~21일 일반 청약···공모자금 설비 및 R&D에 투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2차전지 분리막 전문기업인 더블유씨피(WCP)가 기관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도 상장을 강행키로했다. 공모가도 기존 희망가 밴드 하단에서 크게 낮춰 결정했다. 2차전지 업종이 IPO(기업공개) 시장 침체에도 선방해왔다는 점에서 당초 기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WCP가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WCP는 지난 14일과 15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국내외 총 759개 기관이 참여해 33.28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WCP가 올해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혔다는 점에서 의외의 참패였다.
WCP는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시장 상장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기관 수요예측 부진을 감안해 공모가를 6만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공모 희망가 밴드인 8만~10만원의 하단을 25% 하회하는 가격이다. 이에 조달 자금 규모도 당초 최대 9000억원에서 4320억원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WCP의 흥행 부진은 최근 새빗켐, 성일하이텍 등 2차전지 관련 기업이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지난 7월 말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새빗켐은 1670.90대 1의 기관 경쟁률을 기록했고 앞서 성일하이텍은 2269.68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IPO 시장 침체에도 2차전지 업종은 선방했던 것이다.
WCP 역시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2차전지 분리막 개발 및 생산 전문 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컸었다. WCP의 주요 제품은 2세대 코팅 습식 분리막으로 특히 세계 최대인 5.5M 광폭 생산 기술을 보유해 기술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WCP의 시장 가치도 3조원대로 책정됐을 정도였다.
상장 주관사는 WCP의 흥행 부진을 IPO 시장 침체와 과배정 우려로 꼽았다. 주관사 관계자는 “침체된 IPO 시장 상황과 과배정에 대한 우려로 인해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이 실수요량으로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 수량 1억7972만7893주, 참여 금액은 12조원을 기록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IPO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로 큰 조명을 받았던 KB스타리츠의 경우 지난 6~7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26.19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역시 이달 초 기관 수요예측에서 44.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WCP는 오는 20~21일 일반 청약을 진행하며 명예회복에 나선다. 총 공모주식수는 720만주다. 신주(97.6%) 발행을 통해 약 4216억원을 조달한다. 이달 3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약 2조218억원 규모다. 상장 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다.
WCP는 공모 자금을 생산설비 증설 및 연구개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 등에 쓰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데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최원근 WCP 대표는 “확정 공모가가 희망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은 있지만 참패로 여기지 않는다”면서 “글로벌 톱티어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로서 국내 업계 1위의 영업이익,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생산성과 영업이익률 등 핵심 강점과 주관사의 노력으로 4000억원 이상의 공모에 성공한 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상장 이후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