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로켓배송 통한 햇반, 비비고 아직 주문 불가
CJ제일제당, 쿠팡 “협상 중”···“네이버와 손잡은 것은 아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쿠팡과 CJ제일제당의 납품가 갈등으로 지난해부터 로켓배송을 통한 CJ제일제당의 햇반, 비비고 등 제품 구매가 어려워진 가운데 네이버가 도착보장을 내세워 관련 제품 틈새 공략에 나서 눈길을 끈다. 앞서 네이버가 CJ 주요 계열사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사업 제휴를 한 것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네이버의 도착보장이 아직 유통시장에서 성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CJ가 쿠팡 대신 네이버를 손잡은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일명 ‘마진율 갈등’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양사는 “타협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지만 쿠팡 로켓배송을 통한 CJ제일제당의 햇반, 비비고 등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진지 벌써 3달여 지났다.

네이버 도착보장을 통해 판매되는 CJ제일제당 제품 기획전. / 사진=네이버 도착보장 기획전 캡처
네이버 도착보장을 통해 판매되는 CJ제일제당 제품 기획전. / 사진=네이버 도착보장 기획전 캡처

현재 쿠팡에서는 로켓배송으로 CJ제일제당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해 말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마진율을 놓고 이견차를 보이면서다. 양사가 마진율을 놓고 신경전이 격화되자 쿠팡이 햇반, 비비고 만두 등 CJ제일제당 핵심 제품에 대한 발주를 중단하면서 쿠팡 로켓배송을 통해 CJ제일제당 상품을 찾기 어려워졌다. 보통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은 오늘 주문하면 내일까지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이 가능하고, 가격도 일반 배송 대비 소폭 저렴하다.

다만 최근 네이버가 쿠팡이 CJ제일제당 제품 로켓배송을 중단한 틈을 파고 드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를 통해 CJ제일제당 햇반, 비비고, 고메, 스팸 등 인기 상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는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개발한 물류 솔루션 서비스로, 제품을 당일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도착을 보장하며 소비자에게 정확한 도착날짜와 도착일을 보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도착보장 기획전을 통해 “(CJ제일제당 제품을) 최대 55% 세일하며 상품 구매 확정시 5%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적립해준다”고 했다.

이같은 네이버와 CJ제일제당 간의 협업은 쿠팡과는 별개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3월 CJ 주요 계열사와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사업 제휴를 시작했고, 이후 양사 간 물류 및 커머스 간의 시너지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지난 2021년과 지난해 네이버 멤버십데이를 통해 CJ제일제당 상품을 할인 판매했다. 네이버 멤버십데이는 쇼핑과 멤버십 서비스를 연계해 상품 할인 및 네이버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당시 CJ제일제당은 네이버 멤버십데이를 통해 목표 거래액의 약 3배 이상의 성과를 냈다.

아울러 네이버는 전국 풀필먼트 구축을 위해 직영 물류센터를 마련하는 대신 CJ대한통운 등 물류 기업들과 손잡았다. 네이버는 물류 동맹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내 물류사를 늘려 도착보장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체 시장 점유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다만 쿠팡과 CJ제일제당 간의 마진율 갈등이 잠잠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틈새공략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지켜봐야한다. 일단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이커머스와 전통적인 식품 제조사와의 갈등으로 번지며 유통업계 이목을 끌었지만, 양사는 현재 “협상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특히 유통 제조사와 업체 간의 갈등은 매년 협상 과정에서 있어 왔던 일이고, 기본적으로 이같은 상황은 양측에 모두 득될 것이 없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 입장에서 햇반은 즉석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주요 품목이고,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쿠팡을 통해 판매하는 제품 매출이 연간 약 200억~300억원으로 높다.

무엇보다 쿠팡 로켓배송보다 네이버의 도착배송 시장점유율이 낮은 편이다.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는 론칭한지 한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실제 네이버쇼핑 이용자 중 도착보장 서비스 이용 경험은 10.5%로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같은 조사에서 채널별 이용 이유를 분석한 결과 쿠팡의 빠른배송 신뢰수준은 72.3%로 네이버쇼핑(6.9%)을 크게 앞질렀고, 빠른배송의 주력 카테고리인 식료품의 경우 구매 채널을 묻는 설문에서 쿠팡(42%), 마켓컬리(18.3%), 이마트몰(8.5%), 네이버쇼핑(4.6%) 등으로 조사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최저가 정책을 원칙으로 하는 반면, 다른 유통채널은 할인율이 다소 낮기 때문에 제품 할인으로 자사 고객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3~4월 할인을 많이 하는 편이여서, 이커머스도 이에 맞춰 할인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조사와 유통사간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인데 구조적으로 어느 한쪽이 물러서거나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끝난다”면서 “CJ제일제당이 쿠팡 대신 네이버와 손을 잡았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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