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억 투자로 지분 8.1% 확보···평가차익만 353억
인수수수료로만 16억 수취···신주인수권 등으로 옵션 극대화

새빗켐 주가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새빗켐 주가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새빗켐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기업공개(IPO)주관을 맡았던 한국투자증권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새빗켐에 사전 투자해 싸게 주식을 매입했고 상장 후 신주인수권 옵션도 설정한 상태다. 5%에 달하는 IPO수수료까지 합치면 한국투자증권은 새빗켐 IPO 한 건으로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러한 ‘대박’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IPO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면서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규제 완화 이후 이번 새빗켐 IPO에서 상장주관사가 챙길 수 있는 옵션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수익 극대화를 꾀했다.

◇ 급락장도 비껴간 새빗켐 주가···한투證, ‘즐거운 비명’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빗켐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11.82% 상승한 14만38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에는 역대 최고가인 14만69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새빗켐 주가 상승은 국내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이뤄져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날 국내 증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지난주 잭슨홀 회의 연설 여파로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2.18% 떨어진 2426.89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은 2.81% 급락한 779.88에 마감했다.

새빗켐은 지난 4일 상장한 이후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상장 당시 공모가는 3만5000원이었는데 상장 첫날 장중 따상을 기록했고 결국 7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새빗켐은 2차전지 재활용기업으로서 친환경과 2차전지라는 두가지 흥행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기에 상장 전부터 흥행 열기가 감지됐다. 수요예측에서 167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공모가범위 (2만5000~3만원)의 상단을 초과한 3만5000원에 공모가가 결정됐고 공모청약에서도 증거금으로 약 8조750억원이 모이며 경쟁률 1724.96대 1을 기록했다.

새빗켐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장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이 거둘 수 있는 예상이익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새빗켐 IPO인수수수료만 16억2499만9000원을 수령했다. 당초 총 공모금액의 4%를 받기로 했는데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를 넘어서는 3만5000원으로 확정되자 수수료율을 1%포인트 높였다.

한국투자증권은 IPO인수수수료보다 새빗켐 직접 투자를 통해 훨씬 더 큰 수익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새빗켐 상장주관사로 선정되자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새빗켐 주식 31만주를 주당 6600원에 확보했다. 총 20억4600만원가량이 투자됐고 상환전환우선주는 올해 초 전량 보통주로 전환됐다. 당시 지분율은 8.1%에 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1만주 가운데 절반가량인 15만주를 주당 1만5000원에 ‘코너스톤혁신3호신기술조합’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13억4400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미매각 지분 16만주만으로도 엄청난 평가차익을 내고 있다. 16만주의 평가차익은 이날 종가 기준 205억8000만원에 달한다. 상장예비심사 신청일을 기준으로 증권사가 사전에 취득한 주식의 투자기간이 2년 미만이면 상장일로부터 1개월간 의무보유해야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16만주에 대해 자발적으로 6개월의 보호예수를 설정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외에도 상장주관사로서 의무인수분 2만8571주를 인수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13조 제5항 제1호에 따르면 상장주관사단에 참여한 증권사는 공모주식의 100분의 3에 해당하는 수량(취득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0억원에 해당하는 수량)을 의무적으로 인수해야하며 3개월 동안 보유해야 한다. 이날 종가 기준 의무인수분 평가차익도 31억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상장 후 3~18개월 사이에 공모가로 신주 10만7000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도 확보했다.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제10조의2에 따르면 기업공개를 위한 대표주관업무 수행의 보상으로 신주인수권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신주인수권 평가차익도 이날 종가 기준 116억4160만원에 달한다.

이를 종합하면 한국투자증권은 새빗켐 IPO 한건으로 거두고 있는 이익은 실현수익 30억원에 이날 종가 기준 평가차익 353억원 등 총 383억원에 달한다. 물론 향후 새빗켐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더 상승할 경우에는 이익이 급격히 늘어난다.

새빗켐 주가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새빗켐 주가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규정 완화 이후 풀베팅···흥행차별 우려도

한국투자증권의 이러한 새빗켐 투자 대박은 지난해 6월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증권사의 비상장사 투자가 허용된 이후 상장주관사는 IPO기업에 최대 5%까지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2020년 증권사의 사전투자 지분한도를 특정 기업에 대해 최대 10%까지 늘려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벤처기업, 직전 3개 회계연도의 평균 매출액이 3천억원 미만인 중견기업,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상 신성장·원천기술보유기업, 기술평가 상위 50%기업 등에 대해서는 10%까지 사전투자가 허용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장주관한 몇몇 기업들에 대해 적극적인 사전투자로 적지 않은 이득을 내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지분을 5%이상 보유한 IPO기업은 상장 직후부터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3월 상장한 유일로보틱스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은 사전에 9.42%에 달하는 59만9950주(공모 후 지분율 6.99%)를 확보한 상태로 상장시켰고 4월 상장한 지투파워 역시 공모 후 지분율 5.12%에 달하는 18만8650주를 보유한 상태로 상장주관을 맡았다.

유일로보틱스와 지투파워 모두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 4월 19일부터 5월 6일까지 시간외매매와 장내매도 등을 통해 유일로보틱스 보유주식 38만2448주를 매도해 85억원을 현금화했고 지투파워도 5월3일 시간외매매로 12만주를 처분해 24억원을 현금화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장주관사의 사전투자 여부가 IPO흥행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음달 IPO절차를 진행하는 알피바이오의 경우 유일로보틱스나 지투파워와 달리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사전투자를 하지 않은 IPO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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