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알박과 증착기 가격 협상 완료···연내 발주 예상
노트북·태블릿용 OLED 확대 목적···주요 고객사는 애플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IT용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기 도입 계약 체결이 임박했단 전망이다. 증착기 제조사는 일본 알박이다. 양사는 그동안 가격에 대한 견해 차리를 좁히지 못했지만 최근 한발씩 물러나 협의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IT용 8.5세대 라인 조성에 가장 큰 난관이었던 증착기 문제가 해결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투자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알박으로부터 6000억원 수준에서 8.5세대 증착기를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장비 단가로 5000억원 이하를 제시하고 알박은 최대 8000억원을 요구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지만, 중간 가격대에서 절충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양사는 장비 가격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 협상을 벌여왔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최종 담판을 짓기 위해 지난달 중순 일본을 방문해 알박 고위급 인사와 회동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타결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양사 모두 시간을 끌수록 손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협상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알박이 8.5세대 증착 장비 개발비로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알박이 가격 인하에 완강한 태도를 취하면서 협상이 길어졌다”며 “기존 6세대 증착기 가격이 5000억원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아주 높게 책정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 상황에서 8.5세대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 고객사가 삼성디스플레이밖에 없다는 걸 감안하면 알박도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합의 단계지만 최종 계약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양사는 세부 스펙도 조율하는 등 막바지 협상을 벌여야 한다. 빠르면 이달 안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조만간 협상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국내 장비사들에게 8.5세대 라인에 필요한 다른 설비 발주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새 투자는 노트북과 태블릿 PC 등 IT 제품에 적용되는 OLED 8.5세대 라인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IT 제품은 6세대 라인에서 생산됐다. 노트북 사이즈인 13.3인치 패널은 6세대 라인에서 48개 만들 수 있는 반면 8.5세대에서는 96개 생산이 가능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원장을 키워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15.6인치 패널도 6세대 생산량은 32개지만, 8.5세대는 70개로 경제성이 2배 이상 증가한다.

애플은 2024년부터 아이패드와 맥북 등에 OLED를 탑재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큰손인 애플이 2024년부터 IT 제품 OLED 적용을 공식화한 이상 패널업체들이 8.5세대 확장에 나서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도 애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8.5세대 투자 검토를 내부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8.5세대는 원장 크기가 커지는 만큼 새로운 장비를 활용한 고른 증착기 도입이 관건이다. 증착은 유기물을 가열해 기판에 붙여 디스플레이 픽셀을 형성하는 OLED 필수 공정이다. 알박은 디스플레이업계 최초로 수직증착 방식의 IT용 8.5세대 장비를 개발해왔다.

디스플레이 세대와 원장 크기. /이미지=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알박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면 8.5세대 증착기는 연내에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처음 도입하는 장비인 만큼 성능 테스트에 시간이 오래 걸려 발주 시기가 내년초로 미뤄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장비 반입 이후 8.5세대 라인 구축을 마친 뒤 오는 2024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판 기준 월 1만5000장 규모를 우선 투자한 뒤 3만장으로 생산량을 늘린단 계획이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 라인이었던 L8-2를 OLED 라인 전환투자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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