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발주 완료 목표 내년 이후로 미뤄질 전망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태블릿·모니터용 8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차세대 장비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판 크기를 키우기로 하면서 장비 개발에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핵심 설비인 증착기는 일본 알박 장비가 유력했지만, 캐논토키로 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태블릿·모니터용 라인 구축은 내년 이후로 연기될 전망이다.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국내 장비사들과 8.7세대 설비 세부 스펙을 논의 중이다. 기판 크기가 8.7세대로 결정되면서 기존 8.5세대 설비로는 대응이 어려워 장비사와 스펙 재협의에 돌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증착기, 알박에서 캐논토키 장비로 선회 가능성···무게 문제

8.7세대는 8.5세대와 비교해 기판의 가로·세로 길이가 10센티미터(cm)가량 늘어나 경제성이 높다. 하나의 원판에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생산 효율이 약 9% 개선된다. LG디스플레이와 BOE가 태블릿·모니터용 OLED 라인으로 8.7세대를 계획 중이어서 삼성디스플레이도 이 크기로 투자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8.7세대용 장비 개발 및 도입이 관건이다. 기존 8.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중고 장비는 8.7세대 라인에서 활용이 불가능해 모든 설비를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OLED 필수 공정에 활용되는 증착기는 어느 업체의 장비를 들여올 것인지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알박과 가격 줄다리기 끝에 풀컷 방식 증착기를 공급받을 예정이었지만, 장비가 너무 무겁다는 점이 변수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8.7세대 증착기는 유리 원판 사이즈가 커지면서 박막트랜지스터(TFT) 크기도 같이 커져야 하는데, 간단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알박은 장비를 다시 설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알박 장비의 문제로 계속 지적되던 게 무게였다. 장비가 1층이 아니라 3층이나 4층에 셋업돼야 하기 때문에 무게를 낮춰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알박 대신 하프컷 방식인 캐논토키 장비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알박도 긴장하며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박 장비는 증착 방식도 도입 걸림돌이 됐다. 알박은 OLED 핵심 소재인 파인메탈마스크(FMM)가 처지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직 증착기를 개발했으나 이는 업계 최초 시도로 아직 양산성이 검증되지 않았단 단점이 있다.

또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알박 장비 도입을 재검토하는 이유에 대해 “수직 증착 방식은 삼성디스플레이 주요 고객사인 애플에서 좋아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트북용 OLED 생산 현장.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라인 구축 연기···2024년 애플 제품은 기존 6세대 라인으로 대응

이 때문에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캐논토키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수평 증착기를 개발 중인 캐논토키는 같은 방식으로 6세대 장비를 양산해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한 바 있다.

캐논토키 장비가 반입될 경우 8.7세대 라인 구축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7세대 장비 발주를 연내에 마무리한단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내년 이후로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라인 구축이 지연돼도 제품 생산 일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오는 2024년 OLED 패널이 탑재된 아이패드와 맥북을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해당 제품에 적용되는 제품을 기존 6세대 라인에서 대응할 예정이다. 8.7세대 라인은 애플 제품에 OLED가 적용된 이후 시장 확대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IT용 OLED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투자가 늦춰진다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조급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장비 개발과 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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