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알박 수직 방식 증착기 도입 유력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시작할 전망이다. 충남 아산 L8-2 액정표시장치(LCD)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6월 이후 전환투자에 나선다. 아이패드와 맥북 등 애플 태블릿 PC와 노트북 제품 OLED 적용을 겨냥한 투자다.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 8.5세대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 L8-2 라인을 8.5세대 OLED 공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장비 투자를 시작한다. 조 단위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8.5세대 OLED 라인 설계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하반기 장비 반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까지 라인 구축을 마친 뒤 빠르면 6월 공장을 본격 가동한단 계획이다.
이곳에서 양산되는 중소형 OLED 생산량은 기판 기준 월 3만장 수준으로 전망된다. 8.5세대 라인은 기존 6세대보다 생산성이 2배 향상된다. 가령 13.3인치 패널의 경우 6세대 원장에서는 48대를 만들 수 있지만, 8.5세대 원장에서는 96대 생산이 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의 알박이 개발한 8.5세대 증착기를 도입할 전망이다. 알박은 OLED 핵심 소재인 파인메탈마스크(FMM)가 처지는 현상을 최소화하는 이점이 있는 수직증착 방식의 장비를 개발해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실험을 통해 8.5세대 증착기 기술 검증을 끝냈다”며 “알박이 개발을 마쳐 삼성도 도입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OLED 8.5세대 라인 구축에 증착기 개발이 난제로 꼽혀왔다. OLED 증착 공정은 유기재료를 기화시킨 뒤 기판에 붙이는 기술로 8.5세대는 고른 증착이 어려워 기술적 난도가 높단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디스플레이 8.5세대 OLED 투자는 애플 물량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24년부터 순차로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프로’ 등에 OLED를 탑재할 전망이다. 애플은 11인치와 12.9인치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태블릿과 노트북에 OLED 적용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유력 공급업체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도 애플 제품을 노리고 8세대 OLED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8.5세대 OLED 증착 기술 검증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BOE도 2024년에 8세대 라인에서 OLED 패널을 양산한단 목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8.5세대 증설 배경에는 애플뿐만 아니라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에이수스, 레노버 등이 OLED 노트북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에 출시한 ‘갤럭시 북 프로’에 처음으로 OLED를 탑재했고, 에이수스와 레노버도 각각 ‘씽크패드’ 라인업과 ‘젠북17폴드’ 등에 OLED를 적용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노트북용 OLE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558만대에서 오는 2026년에 3000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6세대 OLED 라인은 패널 기술력이 뛰어나고 수율도 높지만, 물량 증가분에 비해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없단 문제가 있어 8.5세대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 8.5세대는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수율 측면에서 관리를 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