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은 장기전…플랫폼·인재·펀딩 삼박자 필요”
“정부의 규제 완화 및 재정지원 뒷받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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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가 개최한 제1회 제약바이오포럼(MBF) 종합토론에 전문가가 참석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지형을 놓고 토론했다.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제약·바이오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내 제약바이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생각을 밝혔다. 이들은 당장의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신약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은 물론 민·관·학 협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1회 제약바이오포럼(MBF) 종합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의 제약·바이오 위상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송시영 연세대 의대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오춘경 종근당 부사장, 박갑주 엔지켐생명과학 전무, 백승재 한미약품 최고의학책임자 상무, 강정택 엠젠플러스 생명공학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신약개발에서 성공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부사장은 신약개발과 관련해 긴호흡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냐”는 송 교수의 질의에 오 부사장은 “신약개발은 리스크가 높기에 장기적으로 계획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과 비교해 한국은 장기전 약하다”면서 “종근당에 와서 장기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 부사장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가 코로나19 신약개발 사례를 들며 성공 요인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다”며 “모더나도 화이자도 플랫폼 테크놀로지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을 이끌어내는 재능있는 인재가 있었고, 펀딩이 뒤따라줬다”며 “이 세 개가 만나서 시너지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약개발과 관련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의 재정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박 전무는 신약개발의 역사를 짚으며 최근 신약개발의 승인 문턱이 낮아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신약개발이 가장 활발한 때는 1980년대 에이즈(AIDS)가 나왔을 때다. 당시 정부에서 많이 협조를 해줬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정부가 제약회사와 협력해서 빠른 시일 내에 신약이 나온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돼서 건강, 복지, 제약에 관심을 갖는다면 신약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도 “코로나를 포함해 암 분야에서도 식품의약안전처의 규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시간, 돈, 지원책 등이 없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송시영 연세대 의대교수/ 사진=시사저널e
송시영 연세대 의대교수/ 사진=시사저널e

백 상무는 인력과 비용이 더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신약 심사 비용이 50억원에 달하지만, 국내는 300만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백 상무는 “금액의 차이는 수준의 차이, 인력의 차이, 시간의 차이를 반영한다”며 “회사는 적절한 비용을 지불할 의향 있다. 적절한 리소스가 추가 된다면 더욱더 나은 규제와 행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관·학의 유기적인 협력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 상무는 “민간기업과 정부, 그리고 학계가 이익을 공유해야 하는데 협업이 부족하다. 마중물이 될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송 교수는 “올해 2조원의 예산이 헬스케어에 투입된다”며 “이렇게 투입된 돈이 학교에 들어가고 스타트업이 창업하는 데 쓰이지만, 성과를 서로 공유해 성공하는 데까지 가지 못하는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날 종합토론에는 최근 미국 뉴욕대 연구팀이 최근 돼지의 신장을 뇌사상태 환자에서 이식하는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한 사례도 언급됐다. 

강 소장은 “미국 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기업에서도 관련기술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면서 “바이오 성과가 매출로 이어지는 시간은 오래 걸린다. 기업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회전반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구체적, 현실적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국내에서 세계 선도하는 기술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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