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년째 이렇다할 흥행작 내놓지 못해

김민규 라인게임즈 대표 / 자료=라인게임즈
김민규 라인게임즈 대표 / 자료=라인게임즈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한때 잠룡(潛龍)으로 기대를 모았던 라인게임즈가 몇 년째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역시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채 조용히 한해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창세기전 지적재산권(IP) 활용 신작이 발표되는 2022년에 들어서야 라인게임즈가 빛을 볼 것이라고 예상한다.

라인게임즈는 네이버가 자회사 라인을 통해 게임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지난 2017년 출범 당시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네이버의 손자회사라는 점에서 카카오의 게임전문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벌로 지목된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코스닥 상장에 성공,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것과 달리 라인게임즈는 이렇다할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한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 라인게임즈가 가장 주력으로 진행 중인 사업은 ‘얼라이언스’로 불리는 게임 퍼블리싱이다. 개발사가 게임을 만들고, 퍼블리셔가 게임을 유통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얼라이언스는 개발사의 지분투자를 시작으로 개발과 기획 등 전방위 협력 관계를 추구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라인게임즈는 5민랩, 우주, 나노인터렉티브, 락스퀘어, 모빌팩토리 등 개발사들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해 현재 20여개가 넘는 개발사와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아울러 라인게임즈는 중국 판호가 막힌 상황속에서도 중국 지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모회사 라인의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 일본에서 유명한 만큼, 일본 시장 공략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시도에 비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라인게임즈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5% 가량 증가한 수치이지만 전신인 넥스트플로어가 지난 2016년 55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때와 비교해 한참 부족한 성적이다.

특히 개발 투자비 및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라 영업손실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7년 145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018년 346억원, 지난해 522억원을 기록하는 등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게임 플랫폼과 관련해서도 PC, 모바일, 콘솔 등 전 플랫폼을 아우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최근까지 출시한 게임 중 시장 기대치에 부합한 게임은 손에 꼽힌다.

모바일 전략 RPG로 야심차게 출시한 ‘퍼스트 서머너’는 출시 이후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뛰어난 그래픽으로 호평을 받았던 ‘엑소스 히어로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0위권을 넘어선 상태다. 그나마 콘솔 게임으로 출시된 ‘베리드 스타즈’가 최근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우수상과 기술창작상을 함께 받으며 2관왕을 달성,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콘솔 게임 특성상 다른 모바일게임 대비 높은 매출을 기록하진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라인게임즈 입장에서는 올해 출시 예정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모바일게임 ‘대항해시대 오리진’ 출시가 내년으로 연기된 점이 아쉬운 상황이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오픈월드 장르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대항해시대 시리즈’ 발매 3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으로, 칸노 요코의 OST 등 원작 시리즈가 지닌 감동을 재현하는 한편 보다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로 재미요소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리니지M’ 등 공성전을 기반으로 한 MMORPG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항해와 무역이 주요 콘텐츠인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성공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2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창세기전:회색의 잔영’이 라인게임즈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한다. 창세기전:회색의 잔영은 국산 PC 패키지의 효시 격인 ‘창세기전’ 및 ‘창세기전2’의 스토리를 아우르는 리메이크 타이틀이다. 현재 닌텐도 스위치를 기본 플랫폼으로 개발 중이다. 지난 7월 관련 영상을 라인게임즈가 공개했을때 수많은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출범 당시만 해도 라인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의 라이벌 구도 형성을 전망하는 시각이 많았으나 이제는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까지 격차가 벌어졌다”며 “게임사로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점은 칭찬할만 하나, 이제는 뭔가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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