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출범 앞두고 북미 관계 변화 예상
북한, 경제 침체 타개 위해 미국과 협상 나설 듯
한반도 긴장 완화 기대 “남북경협 재개 속도낼 수도”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관계 변화로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철도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 재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관계가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업계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두 나라의 관계 개선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될 경우 건설 분야 남북 경제협력 사업도 진전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새로운 시장을 맞이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북핵 문제는 새로 집권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미국 본토에 위협을 가할 수준으로 핵 기술이 발달해 사실상 핵 보유 국가로 진입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과 제재로 북한의 붕괴를 기다린다’는 ‘전략적 인내’의 정책 환경과 많이 달라진 만큼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이란에 대한 미국과 EU의 경제제재를 해제)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바이든 행정부에도 참여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북핵에도 이란식 해법이 적용돼 단계적으로 협상을 수준을 확대시켜 최종적으로 북학의 비핵화를 유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바이든 정부의 초대 외교안보 라인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와 제이크 설리번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과거 모두 ‘이란식 방법론’을 언급한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꾸려지려면 6개월이 소요되므로 본격적인 북미 협상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역시 경제 활력을 찾기 위해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북한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경제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한구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3.5%, 4.1% 하락했고, 지난해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내년 1월 예정된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과 북미 관계에 대한 정책 추진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 역시 남북 관계 회복에 전력을 다할 전망이다. 북미 관계 개선의 중개자를 넘어서 한반도의 당사자로서 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적극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의 전쟁의 완전한 종식과 항구적 평화 체제의 문을 여는 취지로 ‘종전선언’을 제안한 바 있다. 

건설업계도 남북경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경협 사업은 대부분 철도·도로 등의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가장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신의주를 연결하는 ‘서울~신의주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다. 사업 규모만 30조원에 달한다. 2007년 10·4선언, 2018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 간에 합의됐다. UN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때문에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그 외에 강원도 고성에서 원산까지 도달하는 ‘제진~금강산~원산 철도 현대화’ 사업도 핵심 프로젝트로 꼽힌다. 해당 사업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추진하고 있는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구상을 위한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으로 꼽힌다. 이 도로가 연결되면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시 육로 이동 주요 구간으로 활용된다.

건설업계에선 세 나라의 관계가 개선되면 즉시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건설 분야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지만 향후 핵심 건설 프로젝트의 타당성 분석과 같은 실질적인 연구는 가능하다”며 “정부와 건설업계, 연구기관 등이 함께 북한 주요 인프라 건설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그동안 대북사업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며 준비해 왔다. 삼성물산은 영업팀 산하에 상무급을 팀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TF를 구성했고, 대우건설은 전략기획본부 내 별도 ‘북방사업지원팀’을 운영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토목과 플랜트를 중심으로 TF를 구축해 수력발전 등 전력산업에 대한 정부동향을 모니터링 중이다. 대북사업의 수혜 건설사로 꼽히는 현대건설은 별도의 TF를 구성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사업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과거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 북한에서 경수로 사업을 주도했고 정 명예회장의 이름이 붙은 체육관까지 건립한 경험이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북한 건설시장은 도로·철도뿐만 아니라 향후 주거·상업·발전소 등 개발될 인프라가 많은 만큼 향후 30~50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며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즉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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