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車시장부흥 목적 中 보조금 폐지시점 2020년→2022년
내년부터 中공략 가속하려던 LG화학·삼성SDI·SK이노 전략수정 불가피
“자국에 차별적 보조금 작년부터 완화”···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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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올 연말 종료될 예정이던 전기차 보조금을 2년 연장키로 했다. 유럽·북미 등과 더불어 3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정책 변화가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 배터리 업체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구매 보조금’ 폐지시점이 2022년 말로 유예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자국 완성차·배터리업계 부흥을 위한 일종의 처방전이다. 우한지역을 시작으로 코로나19 감염증 홍역을 치른 중국은 현재 내수소비가 급감한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단기적으로 점유율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세를 보이던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위축됨과 동시에,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오른 상황이었다. 보조금 정책이 유예됨에 따라 중국 배터리 수요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2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보면, 상위 10위권 업체들이 모두 한·중·일 업체들이고, 이들이 전체 배터리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면면을 살펴보면 지난해와 상당히 달라졌다. 상위 10위권 내에 5개 이상의 업체가 이름을 올렸던 중국 기업들이 상당수가 자취를 감췄다.

1위였던 CATL은 3위로 내려앉았고, 3~5위를 유지했던 비야디(BYD)는 8위에 랭크돼 체면치레를 했다. 다만 이들도 10%를 밑도는 점유율을 보였다. 중국의 빈 자리와 점유율은 한국, 일본 업체들이 차지했다. 테슬라와 토요타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는 일본의 파나소닉이 34.1%로 1위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각각 2·5·6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의 10위권 진입이 도드라져 보이지만, 점유율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기업들의 점유율 확대가 도드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특히 LG화학뿐 아니라 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이 동반 약진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국내 배터리 점유율이 40%를 상회하며 42.0%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 내 보조금이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한 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탓에 2월 전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현지에서 판매 중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에도 자국 배터리를 장착할 것을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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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3사가 주력하는 유럽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움직임 커졌다. 이에 따라 전기차 수요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기차 생산이 급증하면서 한국 배터리 수요도 높아졌다. 당초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보조금 규제 폐지에 발맞춰 중국 전기차 시장을 집중 공략할 요량이었지만, 이번 중국의 보조금 유예 조치에 따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최근 유럽 내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완성차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있고, 자동차뿐 아니라 전반적인 소비위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선제적으로 코로나19를 겪은 중국 내 전기차 수요가 재차 높아질 가능성이 커져, 시장점유율 판도에서도 한국이 다소 위축하고, 중국이 재차 부흥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국의 정책변화를 두고 유·불리를 따지기엔, 다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모든 친환경차가 보조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지정한 차량 모델들만이 보조금 지급 대상이며,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통상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 장착 차량들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은 기존 기조를 다소 바꿨다. LG화학·삼성SDI·파나소닉 등 일부 외산 배터리 장착 차량들에게도 보조금 지급을 허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은 보조금 지급기간이 아니라, 보조금 혜택의 범위”라면서 “앞선 사례들과 같이 지급대상 차종을 늘려간다면 우리 배터리 업체들의 전략수정의 필요성도 줄어들고, 오히려 유럽·북미 등 전기차 뿐 아니라 전체 완성차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 같은 변화가 대안으로 작용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앞선 차별적 보조금정책은 자국의 배터리산업을 키우려는 측면이 강했다면, 이번 연장조치는 자국 완성차 판매촉진을 위한 성격이 짙다”면서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경쟁력이 부족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속속 파산하기에 이르렀는데, 이 틈을 노려 중국 완성차 업체들과의 공급계약을 성사시킨다면 긍정적인 결과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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