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헤리티지DLS·라임사태 등으로 위기 맞자 사상 첫 외부출신 CEO로 전격 영입
이영창, 대우증권 리테일 맡아 WM사업 기초 다져···신금투 WM강화 본격 나설듯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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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창 전 대우증권 부사장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신한금융투자에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신한금융투자는 각종 파생상품 관련 손실과 라임자산운용 공모의혹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겪고 있다.

이영창 차기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각종 수습작업을 마친 이후 기존 사업전략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차기 대표의 경력을 살펴보면 WM(자산관리)분야가 변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금투, 절체절명 위기에 꺼낸 ‘이영창’ 카드

23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5일 정식 대표로 취임하는 이영창 대표 내정자는 신한금융투자 역사상 첫 외부 CEO 영입에 해당한다.

앞서 1년 만에 물러난 김병철 대표는 동양증권 출신이지만 내부승진과정을 거쳤다. 그는 2012년 8월 신한금융투자로 이직해 S&T그룹 부사장을 맡았고 2018년부터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신한은행 부행장을 겸임하다 신한금융투자 대표에 오른 케이스다.

반면 이영창 내정자는 대우증권에서만 25년을 근무했던 ‘대우맨’이다. 그는 1961년생으로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대우증권에 입사했고 2014년에는 대우증권 사장에 도전했다. 당시 황준호 부사장, 홍성국 부사장 등과 사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는데 이 내정자는 사장 선임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낙마하고 퇴사해야했다.

이영창 내정자의 6년 만의 증권사 복귀는 시장의 예상을 깬 파격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이 내정자를 전격 영입한 이유는 현재 신한금융투자가 맞고 있는 절체절명 위기가 배경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각종 파생상품 판매와 관련한 문제들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실적감소와 평판저하, 신뢰붕괴, 초대형IB 진출무산, 영업정지 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과 관련해 수습에 애를 먹고 있다. 해당상품은 5280억원어치 판매됐는데 신한금융투자는 이 가운데 대부분인 3980억원어치를 팔았다. 그러나 해당상품은 현지 사정으로 만기연장은 물론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일단 만기가 연장된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금 가운데 50%를 가지급한다고 밝히며 달래기에 나선 상태다.

라임자산운용 관련 사건은 치명적이다. 신한금융투자의 라임펀드 판매액은 3248억원으로 우리은행(3577억원)에 이은 2위고 증권사 중에서는 대신증권(1076억원)보다 3배나 많은 1위다.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투자가 총수익스와프(TRS)계약을 맺은 라임자산운용과 짜고 부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투자자들을 속였다며 검찰에 사기혐의로 신한금융투자를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달 19일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초대형IB 인가 도전이 사실상 물거품이 된 상태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신한금융지주가 실시한 66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규모를 4조원이상으로 늘렸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라임 사태로 발행어음사업 진출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평판 및 신뢰도 저하에 따른 실적 감소도 우려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63억원으로 전년보다 12.1% 감소했다. 앞서 지난해 3분기까지 20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기에 4분기 순이익은 43억원에 그친 셈이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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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창, WM 체질개선에 나설까

이 내정자의 경력을 고려해보면 신한금융투자는 이 내정자 취임 이후 리테일 및 WM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내정자는 과거 대우증권 시절 리테일과 WM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으면서 사장후보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2000년대 초반 도곡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전국 꼴찌였던 지점 영업실적을 1위로 올려놨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리테일사업본부장 시절 대우증권이 주식거래수수료(브로커리지)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WM분야를 강화하는데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그는 주식영업직과 자산관리영업직을 PB직군으로 통합하고 PB양성 시스템을 통해 1천명에 육박하는 영업직원을 PB로 재탄생시켰다. 이후 WM사업부문장, WM사업부문 대표까지 역임했다. 이 내정자는 당시 당장의 이익보다는 고객과 장기적 관계유지에 힘을 쓰는 경영철학을 강조했기에 최근 신한금융투자의 상황에 한층 어울리는 CEO로 평가받고 있다.

신한금융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이영창 대표 선임과 관련해 “대우증권 시절 PB중심의 리테일 혁신을 주도하고, HNW팀을 신설해 WM사업 초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고객관리와 조직관리 모두에서 그 역량이 입증된 바 있다”며 “투자상품으로 손실이 발생한 고객의 입장에서 그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신한금융투자의 WM사업 폭을 다양화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그는 자산운용업계와도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2005년부터 자기자본투자(PI)본부 산하 딜링룸 부장을 3년 동안 맡았는데 당시 전국에서 출신을 가리지 않고 주식매매에 소문난 고수들을 끌어 모았다. 당시 멤버들은 현재 자산운용업계에서 거물들로 성장했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사장, 최종혁 씨스퀘어자산운용 대표, 박준성 퍼시픽투자자문 대표 등이 주인공으로 이 내정자는 이들과 협업을 통해 신한금융투자 WM사업의 부활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임 김병철 대표가 역점을 두던 IB사업 부문은 전면 재조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IB전문가로 꼽히는 김 대표는 취임 이후 IB강화를 목표로 내걸으며 외부에서 IB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JP모건 출신인 제이슨황, 김앤장 출신 인수합병(M&A) 전문가인 김현수 IB솔루션 팀장, 삼성증권 출신 권용현 이사, 대체투자 전문가인 우경원 전 메리츠증권 심사부장, 고재욱 전 대신증권 IPO팀장 등이 차례로 영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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