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투, 5000억원 증자로 여섯 번째 초대형 IB의 탄생 알려
신한금투는 자기자본 요건 충족에도 라임 사태에 뒷걸음질
하나금투 “조직 구성·인력 확보 통해 발행어음 시기 조율”

하나금융투자(왼쪽)와 신한금융투자 본사. / 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 투자은행(IB)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서 라이벌로 꼽히는 신한금융투자와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하나금투는 2016년 제도 도입 후 여섯 번째 초대형 IB의 탄생을 알렸고 신한금투는 먼저 초대형 IB 도약에 도전장을 내밀었음에도 라임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에 휘말리며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하나금투 “초대형 IB 진입 통해 경쟁력 강화”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에 이어 여섯 번째 초대형 IB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으면 초대형 IB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받아 발행어음 등 단기금융업을 할 수 있다.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올해 1분기가 지나면 4조원을 초과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총 3조4297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하나금투의 4997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유상증자 청약 및 납입일은 3월 26일이 될 예정이다.

하나금투는 1분기 이익까지 반영하면 1분기 말에는 자본총계가 4조원을 초과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투는 작년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이익 280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84%가량 증가한 바 있어 올해 1분기 순익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하나금투는 자기자본 4조원이 마무리되면 4월 안에 초대형 IB 지정 신청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5000억원 증자 시 자기자본 4조 이상이 돼 초대형 IB 요건 충족할 것”이라며 “초대형 IB 진입을 통해 업계내 경쟁력 강화, 글로벌 신흥시장 지분참여 등 글로벌 사업 확대, 그리고 최근 감독당국의 규제 비율 등의 강화에 선제적으로 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가던 신한금투, 라임 사태에 초대형 IB 인가 차질 

업계에선 국내 여섯 번째 초대형 IB로 하나금투보다 신한금투가 먼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한 쪽도 신한금투였기 때문이다. 신한금투는 2018년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이후 작년 상반기에도 5000억원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초대형 IB 자격 요건을 갖춘 바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신한금투의 자본총계는 4조232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한금투는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휘말리면서 초대형 IB 진출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라임자산운용 일부 펀드의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를 맡은 신한금투가 미국 운용사의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초대형 IB인가와 함께 발행어음 시장 진출에도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발행어음 인가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만큼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단기어음을 통해 자본여력이 더욱 확대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초대형 IB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만 발행어음 사업자로 지정됐다. 이에 발행어음 4호 사업자에도 신한금투보다는 하나금투가 더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게 된 상황이다. 

하나금투는 발행어음 신청은 좀 더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등의 신청의 경우 관련 조직과 인력 확보 등을 고려해 신청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라며 “초대형 IB 진입을 위해 이번 증자를 진행했기 때문에 추가 자본확충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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