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임대료 감면 대기업 제외···롯데·신라·신세계 제1여객터미널 인도장 통합 운영
코로나19로 시내면세점 단축 운영···롯데·신라는 김포공항점도 운영 일시 중단시켜

지난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행객 발길이 끊기면서 시내 및 인터넷면세점 매출이 급락한데다가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 대상에서도 대기업 면세점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결국 벼랑 끝에 몰린 대기업 면세업계는 면세물품을 인도받는 인도장까지 감축에 나섰다.

1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빅3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품 인도장을 한 곳으로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면세품 인도장은 시내 및 인터넷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물품을 인도하는 공간으로 출국장 인근 보세구역에 별도 마련돼 있다.

우선 롯데면세점은 T1 인도장 5곳을 동편B인도장 한 곳으로 합쳐 운영한다. 신라면세점은 기존 4곳을 서편 인도장으로 통합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20일부터 T1 면세점을 동편 11G, 동편, 탑승동 115G 세 곳으로 나눠 운영하기로 했다. 제2터미널 인도장은 롯데·신라·신세계 모두 한 곳만 보유하고 있어 그대로 운영한다.

인천국제공항 인도장 직원 A씨는 “최근 들어 면세점 인도장을 한 곳으로 축소해 운영 중”이라며 “예전에는 면세품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지만, 요새 대기시간은 최대 5분”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공항, 시내, 인터넷면세점 구분할 것 없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태여서 매출 자체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시내면세점 운영 감축부터 인도장 축소까지 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해외여행객과 중국 보따리상(代工·대리구매상)이 시내 및 인터넷면세점에서 면세품을 대량 구매하면서 면세업계는 인천공항 내 인도장 비중을 늘려왔다. 다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제선 이용객이 줄면서 결국 업계는 인도장까지 감축에 나선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화권 위주로 감소하던 항공여객은 호주, 스페인 등 선진국까지 운항중단(21개국 셧다운)이 확산됨에 따라 3월 둘째 주 기준으로 전년 대비 약 91.7% 감소한 상태다.

특히 지난 2019년 3월 하루 이용객이 19만명이었던 인천공항은 올해 3월 하루 이용객이 1만6000명으로 떨어져 개항 이래 최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하루 이용객 2만7000명 보다 적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면세점 임대료와 인도장 영업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정부는 대기업을 감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면세점을 비롯한 공항 내 상업시설에 대해 여객 및 매출감소를 고려해 3개월간 납부유예(무이자)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이달부터 6개월간 임대료 25%를 감면받게 되지만 대기업은 제외됐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총 1조761억원으로, 대기업 임대료가 전체 수익의 91.5%인 9846억원을 차지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출국객 수 자체가 없는데 대기업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면서 “모든 기업에 똑같은 혜택이 적용돼야 하는데 대기업만 대상에서 제외하면 대기업 면세점 운영 자체가 이제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최악의 경우 모든 점포를 휴점시켜야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롯데·신라면세점은 김포국제공항점도 임시 휴점시킨 상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부터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매장 문을 닫고 무기한 휴점에 돌입했다. 롯데면세점이 매출 감소로 매장 문을 닫는 것은 1980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신라면세점도 오는 21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김포공항점 영업을 중단한다. 다만 매장을 일주일 후 재개장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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