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금리 인하에 따라 통화정책 여력 확보···추가 인하 가능성 제기
경기 정상화 실패할 경우 디플레이션 위험도···재정정책·양적완화 병행될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0%대로 인하했음에도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지속되자 한은의 추가 조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직접 가능성을 열어놓은만큼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전망이 다수 나오고 있다.

하지만 추가 금리 인하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 기간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금리 인하는 단순 ‘시그널’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를 하더라도 양적완화와 같은 추가 수단이 함께 활용돼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42.42포인트 하락한 1672.44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코스피가 17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1년 10월5일 이후 무려 8년5개월 만이다. 전일 대비 74.02포인트 하락한 1640.84에서 시작해 장중 한때는 1637.88까지 낮아졌다. 지난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이어 한은까지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자연히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추가 대응 방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달 9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바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는 한은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이 1%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미국이 이달 들어 기준금리를 1.50%포인트나 낮추면서 하한이 더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16일 “실효하한이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의 금리 조정 폭과 실효하한이 일대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금리 인하가 실효하한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고 추가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전문가들 역시 통화정책의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5월까지 금융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0.50%까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한국은행이 코로나19발(發) 경기침체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의 소극적 통화정책 운용에서 탈피해 정부와의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오랜 기간 기준금리가 1%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하락에 대한 시장 반응을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지난 2015년 3월 2.00%에서 1.75%로 인하된 이후 줄곧 1%대를 유지해 왔다. 인하 시기 역시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은 사실상 어려운 국면에 있다”며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팽배할 때는 금리정책을 통해서 이를 정상화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금리 상승 사이클에서 금리를 어느 정도 올리는 것이 선행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위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으니까 금리를 내리기는 했는데 이 역시 위기보다 선행됐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너무 낮은 기준금리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를 내림으로써 경제 상황이 정상화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저성장·저금리·저물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져들 위험도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와 함께 재정정책·양적완화 등 추가 대응책이 병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총재 역시 “국채 매입은 늘 가지고 있는 카드로서 시장 상황을 봐서 충분히 필요하다면 단행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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