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0억원 증자로 업계 2위 도약
순이익 감소세 딛고 덩치에 맞는 성적 낼지 ‘주목’
“본업 경쟁력, 글로벌·디지털 역량 강화로 대응”

한화자산운용이 증자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가운데 경쟁사와 견줄 수 있는 실적과 운용자산(AUM) 성장도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만큼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운용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자산운용은 대체투자 부문 경쟁력 강화, 글로벌 역량 강화, 디지털 기반 구축 등을 통해 도약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대규모 자본 확충 나선 한화자산운용···쌓인 과제 많아

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5100억원 확충한다. 이에 따라 한화자산운용의 자본 규모는 지난해 말 1998억원에서 7098억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1조6466억원)과 삼성자산운용(6015억원) 사이에 위치한 것으로 업계에서 두 번째 규모다. 

실적은 지난 해 말 기준. / 자료=각사 영업보고서. 표=시사저널e
실적은 지난 해 말 기준. 운용자산은 지난달 27일 기준. / 자료=각사 영업보고서. 표=시사저널e

한화자산운용이 덩치 불리기에 나서면서 그만큼 이뤄야 할 과제도 많아졌다. 우선 정체된 실적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현재 자기자본 규모에서 업계 2위인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지난해 전년 대비 13% 증가한 5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9% 수준이었다. 한화자산운용의 경우엔 지난해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한 17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ROE는 8.5% 수준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자본 확충 후 이 같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6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둬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실적이 정체된 상황에서 증자에 따른 실적 향상 부담이 커진 것이다.

운용자산의 균형 있는 성장도 필요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한화자산운용의 전체 운용자산(펀드+투자 일임) 규모는 94조7880원으로 업계 3위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한화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투자 일임에 치우쳐 있는데, 투자 일임 계약금액은 65조2931억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68%를 차지한다. 게다가 일임 계약고의 90% 가까이가 보험사 계정으로, 지난 2016년과 2017년 그룹 내 보험 계열사로부터 증권 운용사업부, 대체투자 사업본부를 이관받은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가 최근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펀드의 설정원본(공모+사모)은 29조4949억원으로 업계에서 8위 수준이다. 특히 공모시장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공모펀드의 설정원본은 9조2190억원으로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42조7554억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30조9445억원)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노후 자산관리 시장에서 크게 떠오르고 있는 TDF(Target Date Fund·생애주기펀드)만 놓고 보더라도 한화자산운용의 수탁고는 620억원 수준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1조4000억원), 삼성자산운용(1조240억원)에 크게 밀리는 형국이다.

◇ 자본 확충을 통한 본업 역량 강화와 디지털 기반 구축으로 도약 채비

한화자산운용은 우선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대체투자 부문의 전문화에 나설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에는 대체투자운용사 인수에도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힌 상태다. 여기에 상대적인 약점으로 지목되는 대표 펀드 육성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또 한화자산운용은 글로벌 역량 강화와 디지털 신사업 추진에도 나선다. 이미 한화자산운용은 미국과 싱가포르, 중국 등 현지 법인을 통해 글로벌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한화자산운용은 확충된 자본을 투입해 사업 범위와 역할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한화자산운용은 디지털 신사업 추진을 통해 미래 잠재 고객 확보와 맞춤형 금융서비스로 국내외에서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자본 확충에 대해 “글로벌 연계 금융서비스 강화, 대체투자운용사 인수, 디지털 금융 생태계 조성, 대표 펀드 육성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당당히 경쟁할 준비를 해 왔고 앞으로 계속 발전해 국내 자산운용사 글로벌화의 모범 사례가 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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