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확진자 15명 추가에 일부 전문가 낙담···환자 교통정리와 자택 진료 등 대책 제시

19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남구청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해당 종교시설에 다니던 신자들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 사진=연합뉴스
19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남구청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해당 종교시설에 다니던 신자들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 사진=연합뉴스

잠시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되며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1차 방역이 뚫렸다며 입국 금지도 늦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에서는 일부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현재 경계 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19일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확진자는 15명이 추가되며 총 46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대구와 경북 지역 확진자 13명 중 11명은 31번 환자와 연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명은 31번 환자와 동일한 교회를 다녔다. 1명은 병원에서 31번 환자와 접촉했다.

이처럼 해외 여행력이 없는 환자들이 속출하며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사실상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29번과 30번, 31번 환자가 추가됐을 때도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15명이 추가로 확인됨으로써 이제는 지역사회 감염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는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17개 시도교육청 교육감과 함께한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지역사회 감염 대응체계를 대폭 강화해 지역사회에 확실한 지역 방어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만 했다.

이에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1차 방역이 뚫렸다며 이제라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이제는 외국인 입국 금지도 의미가 없는 상태가 됐다”고 단언했다. 전 원장은 “맑은 물에 잉크를 한 방울 넣는 것이나 두 방울 넣는 것이 큰 차이가 없지 않느냐”며 “남한이 이미 구정물이 됐는데 입국 금지를 해봤자 늦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전 원장은 친정인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일을 못 한다며 문재인 정부와 복지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었다. 

그는 “환자들이 불안해해서는 안 된다”며 “각 지자체가 어떤 증상일 경우에는 어느 병원으로 가라고 하든지 등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신속하게 현재 경계 단계인 감염병 위기 단계를 심각 수준인 4단계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전 원장은 “대구는 병원이 마비되는 등 의료 시스템이 붕괴됐으니 복지부는 응급환자 대응 시스템을 점검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이미 1차 방역이 뚫렸다”며 “전국에 코로나19가 전파된 상황이어서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천 교수는 “늦었지만 중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를 경유한 사람은 입국을 금지하고, 코로나19를 치료할 약제를 구비해야 하며 선별진료소에서 진료하는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상이 경미한 코로나19 환자는 자택에서 진료를 받는 시스템도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는 격리병상을 서둘러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천 교수는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조언을 수용해 진작 코로나19 감염원을 차단했어야 한다”며 “주요 대학병원이 폐쇄돼 기존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6만원에 달하는 국민들의 코로나19 검사비용도 정부가 지원해야 하고, 국민들은 개인위생에 철저를 기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학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전국적으로 이미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노출됐다”며 “환자가 발생해도 현재는 감염원을 찾을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부는 심각 수준으로 감염병 위기 단계를 격상해야 하며, 호흡기 증상이 있는 국민들은 가능한 한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모두 입국 금지하고, 현실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특별검역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환자들의 국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의료기관들도 전면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피해 최소화 전략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일부 감염병 전문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대책이 없는 정부에 ‘자포자기’라는 표현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상태”라며 “각 의료기관도 환자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희생만을 요구하는 정부의 태도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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