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한진그룹 레저·호텔 등 비수익 사업 정리에 ‘명분’ 잃은 KCGI
  • 최창원 기자(chwonn@sisajournal-e.com)
  • 승인 2020.02.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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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레저개발 매각 이어 KAL호텔네트워크 등 호텔 사업도 정리 계획
조원태式 구조조정, KCGI가 제안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일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연이은 수익성 개선 조치를 내놓았다. 설립 이후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비롯해 호텔 사업 부문도 정리하겠다고 강수를 띄웠다. 업계에선 수익성 개선을 근거로 조 회장 등 한진그룹 경영진을 비판해 오던 KCGI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일 한진그룹 대표사 대한항공이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57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전년(1074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자연스레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123.9%p 높아진 867.6%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의 수익성 추세. /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KCGI의 비판 근거가 됐다. KCGI는 조 회장 등 경영진을 두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월21일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통해선 기업가치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만성적자를 기록 중인 KAL호텔네트워크 및 송현동 호텔 부지, 왕산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 회장이 지난 6일 KCGI가 언급한 대부분의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밝히면서 KCGI의 주장은 명분을 잃게 생겼다. 한진그룹은 지난 6일과 7일 각각 대한항공 이사회와 한진칼 이사회를 개최했다.

먼저 대한항공 이사회에선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추진과 함께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토지 및 건물 매각 안건을 의결했다.

왕산레저개발은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관련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적자’ 사업 정리를 통해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왕산레저개발은 2011년 설립된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18년엔 결손금이 339억원까지 늘어났다. 그 사이 대한항공이 왕산레저개발에 지원한 비용은 1000억원이 넘는다.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해 벌어들인 돈 역시 유동성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약 29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샀다. 그러나 교육청 등의 반대로 7성급 호텔 건립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이사회에 이어 7일 한진칼 이사회에선 호텔 사업 부문 정리 계획을 밝혔다. 이날 의결된 내용에 따라 KAL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제주 파라다이스호텔은 매각된다. KAL호텔네트워크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기 전까지 담당했던 사업으로, 일각에선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공세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LA 소재 윌셔그랜드센터 및 인천 소재 그랜드하얏트인천 등도 구조개편 대상이다. 한진그룹 측은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지속적인 개발·육성 또는 구조개편 등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진그룹은 한진칼, 대한항공, KAL호텔네트워크를 통해 호텔 사업을 하고 있다. 한진칼은 미국 하와이에 위치한 와이키키 리조트를, 대한항공은 출자 법인을 통해 윌셔그랜드센터를 소유하고 있다. KAL호텔네트워크는 국내에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그랜드하얏트인천 등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이 끝나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유동성 확보를 통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개선’을 근거로 조 회장 등 경영진을 압박하던 KCGI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KCGI가 지적한 내용을 조원태 회장이 하나 둘 이행하고 있으니, KCGI가 수익성 개선을 더 언급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KCGI는 지난 6일 별도 자료를 통해 “한진그룹에서 유능한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준법경영 체제가 확립된다면 안정적인 경영환경 속에서 임직원들의 근무만족도 및 자존감이 높아지고,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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