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매출액, 국산·수입 맥주 앞질러···대량 발주로 가격 낮춰
현지 와인가격보다 싼 곳도···유통업계, 와인 특가 열풍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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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소비량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매출액을 뛰어 넘었다. 비교적 낮은 도수로 편하게 즐길 수 있음에도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 탓에 외면 받았던 와인은 최근 저도수 트렌드와 부담없는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와인은 2000년 초반 수입 급증에 따라 일반 대중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매출도 완만하게 증가해 왔다. 그런데 최근 수입 맥주가 ‘4캔에 만원’ 등 패키지 할인 상품을 대거 내놓으면서 와인 매출도 덩달아 감소했다. 와인 매출이 다시 널뛰기 시작한 것은 중저가 와인이 등장하고 나서다. 심지어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현지가보다 저렴한 와인까지 등장했다.

실제 이마트가 올 1월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주류 매출을 결산한 결과, 와인이 사상 처음으로 주류 소분류 내에서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를 각각 제치고 가장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와인의 매출 비중은 2017년 17.8%, 2018년 20.2%, 올해는 23.3%까지 올라섰다. 반면 맥주(국산+수입)의 매출 비중은 2017년 50.5%, 2018년 47.6%, 2019년 43.8%로 점점 내려갔다.

이마트 관계자는 “주류 내에서뿐만 아니라 와인은 올해 품목별 전체 매출 순위에서 톱10에 올랐다”고 말했다.

초저가 와인을 비롯해 현지가보다도 낮은 중저가 와인이 등장하면서 수입 맥주에서 와인 쪽으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의 ‘도스코파스’ 와인은 칠레 현지보다 무려 60%나 값이 쌌다. '세븐폴스 까버네쇼비뇽'은 미국 시중 가격보다 10%가량 낮다.

저렴한 가격의 비결은 대량 발주에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규 상품의 경우 와인별로 1000~3000병 정도만을 수입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한 번에 3만병 대량 발주를 하면서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도 와인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마트24가 지난해 와인 매출을 분석한 결과, 12월24일부터 말일까지 8일간의 매출이 12월 총매출의 51.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24 관계자는 “1년 중 12월의 와인 매출 비중이 16.1%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 8일간의 매출이 1년 와인 판매의 8%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와인 특가 프로모션도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다. 롯데 아울렛(광교점)은 ‘롯데와인 슈퍼세일’을 진행해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최대 90% 할인해 판매한다. 홈플러스 역시 연말 ‘홈파티족’들을 위해 이탈리아산 화이트 와인 벨꼴레와 델포지오 등을 특가로 내놓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도수 열풍에 힘입어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을 맛본 소비자들이 다시 와인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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