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없이 적정 타이밍 때마다 조금씩 위상 높여가···3형제 중 승계구도 정점에 가장 근접해 있는 김동관 부사장

지난 1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왼쪽)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다보스에서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의 배 스완 진(Beh Swan Gin) 회장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한화
지난 1월 김동관 한화큐셀 부사장(왼쪽)과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왼쪽부터 세 번째)가 다보스에서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의 배 스완 진(Beh Swan Gin) 회장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한화

연말을 맞아 한화가(家)의 장‧차남의 신변 변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의 부사장 승진에 이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한화생명 자사주를 취득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무리한 방식을 택하기보다는 각자의 분야에서 ‘잰걸음’을 하며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생명 최대주주인 한화건설은 19일 공시를 통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지난 18일 한화생명 주식 30만주를 장내 매입했다고 밝혔다. 총 7억4010만원 규모로 0.03%에 해당한다. 김 상무가 한화생명의 자사주를 취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이번 자사주 취득이 책임경영 차원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 업계 인사는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데 오너 일가가 자사주를 취득하면 어느 정도 주가 부양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예전부터 한화 안팎에선 김동관 한화큐셀 부사장이 화학 및 방산 부문을, 김동원 상무가 금융 부문을,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건설 부문을 맡게 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어 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김 상무의 지분 취득을 이와 연계해 해석하고 있다. 직접 승계구도와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조금씩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한화금융 계열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다. 주가가 낮아진 상태에서 지분을 확보한 것이 김 상무 입장에선 지분을 늘리기에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선 궁극적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김 상무의 지분 매입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김동관 부사장과 김동원 상무, 김동선 전 팀장이 각각 50%, 25%, 25%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에 주목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한화생명은 삼성의 삼성생명과 비슷한 지위를 가진 곳”이라며 “에이치솔루션의 지분가치를 극대화시킨 후 가치가 급등한 지분을 통해 한화생명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 등으로 김 상무가 금융계열사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승진한 김 부사장의 경우 3형제 중 승계구도 정점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리하지 않고 전무 승진 후 충분한 시간이 흐른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태양광 부문 실적이 좋은 이번이야말로 최적의 승진 타이밍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인사는 “LG만큼은 아니지만 한화 역시 장자 승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화가(家)의 승계는 무리 없이 조용히 잰걸음을 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김승연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이들 3세가 어떻게 영역을 넓혀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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