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코닝 등 100마이크론 이하 UTG 개발 속도···곡률 구현 관건

10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된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9' 현장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차기 폴더블 스마트폰의 커버 윈도우 소재로 초박형 유리(UTG)를 적용하면서 폴더블폰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유리기판 제조업체 경쟁이 가속화됐다. 미국 코닝의 아성에 독일 쇼트가 도전했다.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차기작은 처음으로 UTG를 적용하는 제품으로 수주전도 치열하다.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독일 쇼트는 협력사들과 함께 ‘글래스포플랙스(GLASS4FLEX)’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UTG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연구 협의체는 지난 4월 독일 드레스덴 기술 연구소 프라운호퍼 FEP 주관 하에 총 6개 기업 및 연구기관이 참여로 설립됐다. 독일연방교육연구부(BMBF)로부터 재정 지원도 받는다. 

이 협의체의 목표는 오는 2022년까지 현재 상용 수준의 강도를 갖춘 100마이크론 이하 두께의 광학용 대면적 UTG 공정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다. 100마이크론은 머리카락 두께 정도로 제조사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쓰일 휘어지는 얇은 유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 연구 수준이 아닌 대량 양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코팅 기술 업체와 연구 기관도 이 협의체에 참여했다. 대면적 유리의 경우 절단 및 강화공정에서 깨질 가능성이 더 높다. 소비자 가전을 넘어 전 산업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쇼트는 디스플레이는 물론 가전, 제약 분야의 강화 유리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진 업체다. 앞서 쇼트는 지난 2016년 초박형 유리로 독일산업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쇼트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플렉시블 및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연구되면서 유리 업계 전반적으로 강화된 UTG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박형 유리는 소비자 가전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반도체, 의료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두루 쓰일 것으로 기대받는 첨단 소재다. 폴더블 시장이 개화한 스마트폰 제조 업계선 '접히는 유리'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커버 윈도우에 UTG가 채용된다. 폴리이미드(PI) 보다 표면이 매끄럽고 흠집이 덜 나는 데다가 시인성이 좋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선 고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만 커버 윈도우가 디스플레이 하단에 숨겨지는 기판과 달리 디스플레이 최상단에서 제품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부품이기 때문이다. 

현재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은 폴리이미드(PI) 소재의 커버 윈도우가 독차지한다. 로욜의 플렉스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 화웨이의 메이트X, 내년 출시될 모토로라의 레이저 등 1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은 모두 커버 윈도우에 투명 폴리이미드(PI)가 채용됐다. 유리는 100마이크론 이하로 두께가 아주 얇아지면 플라스틱처럼 휘어지지만 깨지는 물성을 갖는다. 이 한계점을 극복할만한 기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선제적으로 PI를 커버윈도우로 채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적으로도 기획 단계에서 고민이 있던 걸로 안다"면서 "갤럭시폴드가 워낙 최고 하이엔드 제품인데, 투명 PI 소재의 커버 윈도우를 쓰는 것에 대해 고위층에서 다소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내년 폴더블 스마트폰의 커버 윈도우엔 유리 소재가 채용된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수요를 인식한 유리 제조 업계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2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에 채용할 UTG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쇼트에서 수입한 유리 원판을 국내 유리 가공 전문 업체와 강화 공정을 거쳐 폴더블용 유리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릴라 글라스’ 강화 유리로 유명한 코닝은 애플의 투자를 뒷배 삼아 폴더블용 유리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은 두 차례나 이 기업에 투자를 했는데, 2017년 2억 달러(2375억원)에 이어 지난 9월 2억5000만달러(약 2969억원)를 투입했다. 애플은 보도자료를 통해 코닝의 차세대 글래스 제품의 연구개발(R&D)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업계선 폴더블 개발을 위한 투자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올초 코닝이 100마이크론 두께로 반경 5mm까지 접을 수 있는 강화 유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더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