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공방’ 치룬 삼성 대신 소니·파나소닉 등 현지 업체 경쟁 전망
최대 사이즈·해상도로 차별화 전망···한정된 제품군·높은 가격대는 부담

 

일본 도쿄 아키바에 위치한 요도바시카메라 매장에서 고객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의 선명한 8K 해상도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일본 도쿄 아키바에 위치한 요도바시카메라 매장 'LG 시그니처 올레드 8K' /사진=LG전자

 

내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개화하는 일본 8K TV 시장에 LG전자가 발을 들였다. 일본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LG전자가 공략할만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도 공략에 실패한 일본 시장에서 LG전자는 OLED TV로 현지업체와의 한판승부를 예고했다.

10일 LG전자는 8K OLED TV ‘LG 시그니처 OLED 8K’ 모델을 요도바시카메라, 빅쿠카메라 등 현지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올해 7월 국내 출시에 이어 지난 9월 북미 등 주요 해외 시장에 먼저 출시됐다. 지금까지 출시된 OLED TV 중 가장 큰 사이즈에 가장 높은 해상도를 지원한다.

TV업계는 내년 일본 TV 시장을 LG전자를 비롯한 제조사들의 마케팅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세계 최초로 8K 화질로 생중계되면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세계 8K TV 판매량이 올해 31만대 규모에서 내년 143만대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은 8K TV 시장 주도권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올들어 불거진 LG전자와 삼성전자의 8K TV 논쟁도 이 같은 배경에서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9월 LG전자는 삼성전자의 화질선명도(CM) 문제를 공격했고 삼성전자는 LG전자 8K TV가 정작 8K 영상 재생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응수했다. 업계선 양사의 공방전이 기술 선점을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8K QLED TV 제품군을 크기별로 5종까지 늘리며 전세계 8K 연합을 주도할 정도로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에게 삼성전자가 빠진 일본 TV 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끌어모을 기회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TV를 포함한 가전 사업을 일본에서 완전 철수한 이후 이렇다 할 영업 활동이 없다. 현재 현지 법인도 없는 상태라 내년에도 별도의 마케팅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가전 시장은 소니, 파나소닉 등 현지 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 ‘외산 가전의 무덤’으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수익성 때문에 일본 가전 사업에서 발을 뺐다.

반면 LG전자는 지난 2년전부터 LG 시그니처 TV를 내놓으며 꾸준히 일본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 발을 넓혀왔다. 이 회사에게 일본 OLED TV 시장은 의미가 남다르다. 일본 시장은 해외 주요 지역 대비 유독 OLED TV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회사 측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일본 TV 시장 전체 매출액 중 OLED TV 비중이 역대 최대인 20%를 기록하면서 전세계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6%)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소니, 파나소닉 등 업체에 OLED TV 패널을 독점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가 꽉 쥐고 있는 시장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LG전자의 8K TV가 새로운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LG전자 8K OLED TV는 현존하는 OLED TV 중 가장 큰 크기, 가장 높은 해상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경쟁작들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

다만 최고 상품을 지향하는 만큼 초고가의 가격대는 구매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일본 유통채널인 요도바시카메라, 빅쿠마메라의 온라인몰에서 LG전자 8K OLED TV는 359만7350엔(약 395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출하가 5000만원보단 싸지만, 북미 시장 가격인 2999.99달러(약 3580만원)보다 높게 책정됐다. 같은 사이트에서 파나소닉의 65인치 4K OLED TV는 60만3340엔(662만원), 소니의 65인치 4K OLED 브라비아 TV는 51만1190엔(561만원)에 팔리는 것과 대비된다. 

업계선 88인치로 한정된 제품군 역시 실질적인 판매보다는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서 출시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LG전자의 한정된 제품군은 패널 양산 문제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가 운영 중인 8.5세대 라인이 55인치 제품에서 최고 효율을 발휘한다는 점도 수익성 차원에서 발목을 잡는다. 패널 공급사가 물량을 크게 늘리지 않는 이상 TV 가격 내리기가 용이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8K로 TV 화소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더 큰 TV 화면에 대한 수요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년 중국 TCL, 화웨이, 하이센스 등 제조사들이 8K TV 제품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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