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8세대 이상 대형 패널 균일도 및 재료 안정성 문제 해결해야
JOLED, 중형 패널 공략...대형 패널 투자는 요원
삼성 QD디스플레이-LG IT용 패널 등 자체 개발 속도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오 8.5세대 OLED 공장 전경 /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오 8.5세대 OLED 공장 전경 / 사진=LG디스플레이

중국과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공정에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도입하려 하지만 내년에도 결실을 거두기 어려울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TV용 대면적 OLED 패널에선 화소 형성 공정에 잉크젯 프린팅을 도입하기까지 기술 난관이 많다고 보고 있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및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가 OLED 패널 공정에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중국 패널 간판 업체 BOE는 지난달 말 베이징 APEC에서 열린 협력사 참여 ICP 컨퍼런스에서 55인치 8K OLED 패널을 공개하고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1년 전 같은 행사에서도 잉크젯 프린팅으로 제작된 OLED 패널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이번에 공개한 시제품을 두고 OLED 재료 효율을 90%까지 끌어 올렸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BOE가 기술 마케팅 차원에서 시제품을 내놓았을 뿐, 실제 양산 가능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칠원 단국대 교수는 “잉크젯 기술 개발을 시작한 지는 오래됐으나 그만큼 상용화에 걸림돌이 많았다”라면서 "시제품과 실제 양산은 간극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잉크젯 프린팅은 용액 형태의 발광 소재를 원하는 위치에 분사하고 건조시켜 OLED 화소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론상으로는 현재 사용되는 증착 방식 보다 OLED 재료 손실을 10% 내외로 줄여 효율이 높다. LCD 대비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OLED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로 꼽힌다. 증착 방식 대비 장비도 줄고 공정도 간단해진다. 이 때문에 중국 BOE는 물론 TCL의 자회사인 CSOT 역시 오는 2021년부터 같은 방식을 적용해 TV용 대형 패널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술력 자체로는 중국보다 일본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JOLED는 지난달 세계 최초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도입한 5.5세대 OLED 공장을 완공하고 내년부터 월 2만장 규모 패널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주요 생산 제품은 10~32인치 중형 패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업계서 JOLED가 대형 OLED 투자를 이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자금도 걸림돌이지만 아직 대면적 OLED 디스플레이에서 기술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OLED 디스플레이 제조에 있어서 잉크젯 프린팅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된 분야는 박막봉지 분야다. 미국 카티바 등 장비업계가 잉크젯 프린팅 박막필름인캡슐레이션(TFE) 장비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화소용 형성 잉크젯 기술은 아직까지 대량 양산에서 상용화된 바 없다. 특히 업계선 8세대 이상 대형 OLED 패널 제작에선 분사 기술 및 재료 문제로 당분간 기술 도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 교수는 "실제 생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양산성"이라면서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의 경우 3~4세대 생산 규모에선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만들 수 있겠지만 TV용 패널을 만드는 8세대 이상 대형 원판에선 기술 도입이 어렵다"면서 "아직까지 대면적 패널에 균일하게 용액을 분사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난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준호 고려대 교수는 "OLED 공정에 있어 증착방식 재료는 오랜 검증이 끝난 상태인 반면 잉크젯 프린팅 기술의 경우 재료 효율이 얼만큼 보장되는지 보다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잉크젯 프린팅 양산 적용은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요 패널 제조사들의 잉크젯 프린팅 기술 투자 방침은 후발 업체로서 국내 업계의 공정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 송 교수는 “스마트폰용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 TV는 LG디스플레이가 꽉 잡고 있으니 JOLED로서는 선두 업체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IT용 중형 패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형 패널 사업에서 품질과 수율이 올라오고 사업성 보장을 받으면 대형 투자를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다만 내년엔 실제 양산 라인에 적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선 삼성디스플레이가 QD디스플레이에 블루 발광층 위에 올라갈 QD층을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QD 특성상 용액 공정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데 이중 가장 검증되고 안정적인 기술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공정이 적용된 QD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은 오는 2021년부터 가동이 시작된다. 

앞서 올초 LG디스플레이는 세미나를 통해 TV용 제품이 아닌 IT용 패널 제조에 잉크젯 프린팅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도 4세대 규격 수준에선 잉크젯 프린팅 기술 도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으로 안다”며 "향후 공정 전환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사실상 상품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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