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입관세 인하, 정부 보조금 축소 등 대비 필요···농업 선진화 ‘추진력’ 요구
농가부채 확대, 소득불균형 등도 심각···체질 개선 시급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차기 농협 중앙회장은 향후 225만 조합원들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 현안들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선거의 후보자들은 그 어느때보다 뛰어난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국내 농축업은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의 이슈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뿐만 아니라 농가부채 증가, 농가 소득불균형 심화 등을 해결하기 위한 체질 개선도 시급한 상황이다. 농업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농민을 우선으로 하는 가치관, 정부와의 정책 호흡  등이 차기 회장의 자질 요건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한국 농업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이다. 지난달 25일 한국 정부는 WTO로부터 적용받았던 개도국 지위를 24년만에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농업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기로 약속하고 관세혜택을 받아왔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등으로 인해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향후 한국은 WTO 농업 협상시 특별세이프가드(SSG, 긴급수입제한조치)와 관세 유지 특별 품목 지정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특정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는 보조금도 줄어들게 된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쌀 관세율은 513%며 농업 보조금은 총 1조4900억원 규모다. 이는 1995년 WTO 국내 이행계획서에 따라 10년 동안 감축한 것으로 차기 WTO협상 때까지는 이 수준이 유지될 방침이다. WTO 농업 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가 회원국 간 이견으로 무려 19년째 진전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가 당장 쌀 관세 인하와 보조금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농민들의 우려는 극에 달해 있다. 각 농민단체들은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 철회와 관련 대책 마련을 연일 촉구하는 중이다. 이에 지난 19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농가소득 안정화와 농업 선진화에 당정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긴급경영안정자금 530억원 지원 외에도 추가 지원 대책이 있다면 당이 함께 관철해서 논의하고 또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청 앞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농업 부문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규탄 시위 현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전북 전주시청 앞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농업 부문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규탄 시위 현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차기 농협중앙회장도 언제 닥칠지 모를 DDA 협상 재개를 대비해 농업 선진화와 농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팜 등 농정혁신 사업을 현장의 농민들과 소통하며 함께 이끌 수 있는 추진력도 요구되고 있다.

현재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들은 모두 최소 조합장 3선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고 일부 후보를 제외하고는 농촌 조합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기 때문에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ASF로 인한 돼지고기 가격 폭락도 농협중앙회장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는 사안 중 하나다. 현재 다행히 양돈농가에서는 ASF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 기피로 인한 가격 폭락은 막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돼지고기의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한 달 전보다 32.5%나 떨어졌다. 가격 폭락이 농가 공급 감소로 이어지게 되면 향후 다시 가격이 폭등하는 ‘가격 불안정’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농가부채 확대와 농가 소득불균형도 개선이 필요하다.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농가부채는 2017년 2637만5000원에서 지난해 3326만9000원으로 26.14%나 급증했다. 또한 농가소득 상위 20%의 소득(1억309만)과 비교했을 때 하위 20%의 소득(928만원)이 9%에 불과해 전체적인 농가 경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밖에 농협 사이버 쇼핑몰 경쟁력 개선, 농민중심의 농협금융 운영 등 세부 사항들도 현장에서 요구되고 있다. 한 농협 관계자는 “이전 선거에 비해 젊어진 선거인단의 특성을 감안할 때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정책선거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등 농업을 둘러싼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차기 회장 선거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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