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사과에 신작 대거 공개하며 떠나간 팬 '붙잡기'

디아블로4 이미지 / 사진=블리자드
디아블로4 이미지 / 사진=블리자드

블리자드가 최근 열린 연례행사 블리즈컨에서 ‘디아블로4’ 등 신작들을 쏟아냈다. 제이 알렌 브랙 블리자드 대표는 이번 행사에서 최근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 프로게이머 차별대우에 대한 사과도 했다. 사용자들의 비판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블리즈컨 2019’ 행사에서 제이 알렌 브랙 블리자드 대표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 프로게이머 관련 이슈에 대해 “지나치게 성급한 의사 결정으로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고 소통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며 “특히 우리가 세웠던 높은 기준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응 와이 청(닉네임 블리츠청)은 지난달 그랜드마스터즈 토너먼트에서 승리 후 가진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홍콩에 자유를 달라. 이는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며 홍콩 시위대의 구호를 외쳤다. 이에 블리자드는 규정 위반을 이유로 해당 영상을 VOD에서 모두 삭제했으며, 블리츠청의 출전권을 1년간 정지하고 상금도 몰수했다. 

◇ 블리자드, 대표이사 사과로 블리즈컨 '개막'

이후 블리자드는 해당 선수에 대한 징계 수위를 낮췄지만, 전 세계 유저들은 계속해서 블리자드를 비판했다. 이번 사과의 경우, 유저들의 비판이 잦아들지 않자, 대표가 직접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블리자드는 이번 블리즈컨 행사를 대표의 사과로 시작했다. 이어 `디아블로4`, `오버워치2` 등 기존 게임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신규 게임을 대거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디아블로4는 ‘디아블로3’ 이후 세계를 기반으로 하며, 새로워진 캠페인을 통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전개할 계획이다. 

유저들은 오픈월드에서 각각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다섯 개 지역을 자유롭게 탐험이 가능하고, 탈것을 타고 지역에서 지역을 이동, 여러 플레이어와 함께 공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이번 게임은 시리즈의 초심을 살려 본능적 전투와 섬뜩한 괴물, 전리품을 향한 모험, 무한에 가까운 플레이 가능성을 살렸다는 게 블리자드 측 설명이다. 블리자드는 블리즈컨에서 야만용사와 원소술사, 드루이드 등 세 캐릭터 직업도 소개했다. 디아블로4는 PC와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 원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오버워치2도 전 세계 유저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오버워치2에서 유저들은 팀을 구성해 힘을 키우고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거센 위협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하는 협동 임무를 진행하게 된다. 이용자간 전투도 즐길 수 있다.

알렌 브랙 대표는 “오버워치2를 통해 오버워치가 출시된 이래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협동전, 스토리 전개 중심의 게임 경험을 구현하고자 했으며, 이는 우리의 오랜 숙원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블리자드는 이밖에도 카드 게임 ‘하스스톤’의 최신 확장팩 ‘용의 강림’을 공개했으며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신규 확장팩 ‘어둠땅’을 선보였다. 

오버워치2 / 사진=블리자드
오버워치2 / 사진=블리자드

◇인기 IP 활용한 신작 게임 유저들에게 큰 호응…혁신 없다는 비판도

올해 블리즈컨은 지난해와 비교해 대성공을 거둔 모습이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열린 ‘블리즈컨 2018’에서 디아블로의 차기작으로 모바일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을 선보였다. 당시 대다수 유저들은 ‘디아블로4’나 ‘디아블로2 리마스터’ 정도를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블리자드는 중국 게임사 넷이즈와 합작해 디아블로의 모바일 버전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넷이즈의 경우 앞서 디아블로 IP 표절 의혹이 있었던 곳이다. 당시 팬들의 분노는 어마어마했고 이는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당시 현장에 있던 유저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블리자드 관계자는 “여러분 핸드폰 없나요?”라는 농담을 던져 전 세계 유저들의 큰 공분을 사기도 했다. 

블리자드는 올해 열린 블리즈컨에서 유저들이 그동안 원했던 게임들을 대거 내놨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와 같은 혁신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디아블로4의 경우, 영화와 같은 시네마틱 영상 공개로 유저들의 큰 박수 갈채를 받았으나, 정작 실제 게임 플레이 화면이 나왔을 때에는 실망감을 느꼈다는 반응이 다수다. 전체적인 모습은 전작인 디아블로3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개발중인 게임이고 실제 플레이한 유저들은 대다수 만족했다는 평을 남겼지만,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오버워치2 역시 ‘2’라는 타이틀이 붙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원작 오버워치가 유저간 대결(PVP)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면, 오버워치2는 협동 플레이(PVE)를 한단계 진화시켰다. 문제는 2라기보단 일종의 확장팩 개념이 더 알맞아 보인다는 것이다. 일부 그래픽이 업그레이드되고 ‘스킬 강화’ 등 새로운 시스템이 여럿 등장했지만 이 역시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블리즈컨과 관련해 과거와 같은 혁신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를 처음 공개했을때나, 오버워치를 처음 공개했을 때와 같은 파격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공개한 모바일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의 경우, 블리자드 스스로에게는 파격이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선보인 신작들을 보면 결국 기존 인기 IP를 확장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며 “앞서 출시된 WOW 클래식 역시 기존 WOW를 활용한 것에 불과하다. 블리자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신규 IP 개발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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