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법적 리스크 이어지는 가운데 혁신에서도 1등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작용"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완벽한 기술의 상징과도 같이 여겨지던 삼성전자가 잇단 기술 리스크를 겪으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실상 한국 경제를 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한 기업의 소동으로 마냥 치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 나타나는 데 대해 업계에선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북미 지역에 거주하는 한 IT업계 인사는 “삼성전자의 지문인식 문제는 현지에서 생각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에 실리콘 케이스를 씌웠을 때 등록되지 않은 지문을 사용해도 잠금이 풀리는, 이른바 지문 오류 현상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큰 이슈다. 영국·중국 등에선 삼성전자 지문 로그인을 차단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마케팅을 위해 쏴 올린 위성이 미국 한 가정집 앞마당에 불시착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상공 20㎞ 성층권에서 셀프카메라를 찍는 이벤트를 위해 띄운 것인데, 날씨 탓에 연착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면 미국법 특성상 거액의 손해배상은 물론, 자칫 가장 중요하다는 북미 시장에서의 제품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졌을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다. 해당 사안과 비교하면 삼성전자 폴드폰의 액정 문제는 차라리 가볍게 보일 정도다.

완벽한 품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삼성전자의 노력은 집착에 가까웠다. 그랬던 삼성전자에서 연일 중대한 기술 문제가 터지는 것과 관련해 업계에선 크게  두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우선 오늘날 ‘관리의 삼성’을 만든 미래전략실 해체부터 계속되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적 리스크까지 그룹 컨트롤타워가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재계 인사는 “그룹이 격변의 시기를 보내면서 예전 삼성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이 중심축이 돼 돌아가던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넘어온 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계속되는 재판과 각종 수사로 삼성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변혁의 시간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강해이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한 가지는 산업 융합이 이뤄지는 가운데 세계 1등 IT(정보기술)기업의 자리를 계속 지켜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불러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품질 문제가 불거진 부문을 보면 반도체 쪽은 없고 대부분 모바일 관련”이라며 “혁신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한 부문으로, 혁신에서도 1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급함으로 이어지면서 최근 이런저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애초에 삼성전자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기 전까진 폴더블폰을 내놓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스마트폰 리딩 컴퍼니로서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해 이 같은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에서 오너의 법적 리스크와 더불어 기술적 리스크까지 동시에 불거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은 워낙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이라 이런저런 충격에 잘 버티긴 하겠지만 언제까지 계속 그럴 수 있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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