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의장, 위기 때마다 승부사 기질 발휘…실물 구독경제 활용한 신사업 확보 주력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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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이 최근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넥슨 인수 무산 및 매출 성장 정체 속에서 ‘실물 구독경제’를 바탕으로 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넷마블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지금의 넷마블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이번 웅진코웨이 인수 역시 새로우 승부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방준혁, 망해가던 넷마블을 모바일게임 1위 기업으로 키워내

넷마블은 지난 2000년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만든 온라인 게임포털 ‘넷마블’을 모태로 하고 있다. 당시 설립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했고 직원수도 고작 8명이었다. 당시 이미 수십개의 비슷한 사이트가 있었다. 선발업체인 한게임·엠게임 등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방준혁 의장은 지금은 보편화된 퍼블리싱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 게임업계에 처음 도입했다. 퍼블리싱은 다른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전문적으로 유통 및 서비스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엔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모델이었다.

넷마블은 좋은 게임을 선별해 시장에 유통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직접 입증해 보였다. 결제수단이 마땅치 않은 청소년들을 위해, 문화상품권 결제라는 생소한 결제 수단도 처음 선보였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넷마블의 게임포털 가입자수는 200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결국 넷마블은 설립한 지 3년 만인 2003년 업계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2004년 방 의장은 대기업 CJ에 자신의 지분을 800억원에 매각한다. 넷마블은 CJ인터넷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다. 당시 방 의장은 “기업의 영속성 확보가 필요했고, 직원들의 사회적 포지션 격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나 스스로도 넷마블이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 큰 기업은 어떻게 성장하는지 배우고 싶어서였다”고 밝힌 바 있다. 방 의장은 넷마블을 CJ에 매각한 이후에도 CJ 측의 요청으로 CJ인터넷 사장을 맡아 운영하게 된다.

넷마블은 2005년 게임하이(현 넥슨지티)가 개발한 FPS 게임 ‘서든어택’을 퍼블리싱한다. 서든어택은 말 그대로 초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서든어택 출시 이후 게임시장은 FPS 중심으로 재편된다. 넷마블은 FPS 명가로서 유저들의 인정을 받게 된다. 수많은 개발사에서 FPS 게임을 출시했지만 대다수는 서든어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만다. 서든어택은 106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라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방 의장은 2006년 건강상의 이유로 넷마블을 떠나게 된다. 이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넷마블은 몰락의 길을 걷는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출시한 게임이 32개, 이 가운데 흥행작이라 부를 만한 게임은 ‘SD건담캡슐파이터’ 하나에 그쳤다. 그나마도 대박이 아닌 중박 수준이었다. 자체 개발 게임의 성적은 더욱 처참했다. 19개의 자체 개발 게임이 모두 실패했다. 11개 게임은 흥행에 실패했고, 8개 게임은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했다. 개발 경쟁력 확보에도 실패했고 관리 능력도 부족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서든어택마저 2011년 넥슨에게 넘겨주게 된다. 넥슨이 개발사인 게임하이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게임하이는 이후 넥슨지티로 이름를 바꾸고 현재까지도 넥슨에서 서든어택을 서비스하고 있다.

넷마블은 위기를 타개하고자 2011년 다시금 방 의장을 불러들인다. 방 의장은 사재 400억원을 이용해 개발 지주회사 CJ게임즈를 설립하고 산하 게임 개발사를 모바일게임사로 재편한다. 인력도 모바일게임 개발 중심으로 배치했다. 성과는 2013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구마구’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등 그해 출시한 게임이 모두 최고 매출 1위를 찍은 것이다. 넷마블은 2012년 매출 2121억원, 영업손실 66억원에서 2013년 매출 4968억원, 영업이익 667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넷마블은 지난 2015년 여러 모바일게임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매출 1조729억원, 영업이익 2253억원을 기록해 국내 게임사로는 넥슨에 이어 두 번째로 1조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2016년에는 매출 1조5061억원, 영업이익 2954억원을 올렸다. 이후에도 ‘리니지2 레볼루션’ 등 다수의 모바일게임을 성공시키며, 지난해 매출 2조213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금까지도 모바일게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넷마블의 신사업 도전…성공할 수 있을까

넷마블은 지난 10일 갑작스럽게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1위 렌탈 사업자로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렌탈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시장 평가​에 따르면 기업 가치는 2조원 수준이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매출 2조7073억원, 영업이익 5158억원을 기록했다.

넷마블 측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며 “웅진코웨이 인수 본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AI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T 기술 및 IT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글로벌 시장에서의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독경제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웅진코웨이 인수를 통해 구독경제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앞서 넷마블은 지난 2015년 미국 게임사 잼시티에 투자해 지분 59.07%를 확보했고, 2017년에는 카밤 지분을 100% 취득하는 등 게임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에 공을 들여 왔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빅히트의 2대 주주가 됐으며 가장 최근에는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넥슨 인수를 위해 약 3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준비했던 만큼, 이번 웅진코웨이 인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매각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다음주 중 최종 입찰을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넷마블은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2017년 2조4247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조212억원으로 매출이 전년에 비해 16.6%가량 줄어들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 등 PC 온라인게임 기반 게임사들이 모바일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모바일 1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실제로 엔씨의 모바일게임 ‘리니지M’이 출시된 이후 넷마블은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BTS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역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방 의장이 웅진코웨이 인수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게임 질병 분류 이슈’ ‘중국 판호 제한’ 등 게임 내적으로 부정적인 이슈가 잇따라 불거지자, 게임 외 사업에서 성장 정체의 해결책을 찾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은 넥슨 인수 무산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수합병할 기업을 찾았다”며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 역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함으로 보인다. 다만 BTS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던 만큼, 넷마블의 향후 신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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