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랑고 서비스 종료로 사실상 종지부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넥슨이 모바일 대작 ‘듀랑고’ 서비스 종료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듀랑고는 넥슨 다양성 전략을 상징하던 게임이다. 듀랑고 서비스 종료과 함께 넥슨의 다양성 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끝나게 됐다. 넥슨이 그동안 진행해 왔던 게임 프로젝트들의 옥석 가리기도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넥슨은 다양성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넥슨은 지난 16일 모바일게임 듀랑고의 서비스 종료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서비스 종료 시점은 오는 12월 18일이다. 듀랑고는 넥슨이 5년이라는 긴 시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대작 모바일게임이다. 

현재 국내 대다수의 게임은 ‘검’ ‘마법’으로 대표되는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반면 듀랑고는 현대인으로 등장하는 플레이어가 알 수 없는 사고로 공룡 세계에 떨어지게 되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문명의 지식이 있는 플레이어들이 맨 주먹으로 시작해 야생의 땅을 개척해 나가는 독특한 세계를 다뤘다. 

듀랑고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출시 초기 유저들에게 큰 관심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선 혁신성을 인정받아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버그와 서버 불안 등으로 유저들의 이탈이 가속화됐고, 결국에는 대중성 확보에 실패해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듀랑고의 서비스 종료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를 통해 넥슨의 다양성 실험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넥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하는 등 다양성 실험에 주력해 왔다. 해당 게임들의 경우, 기존 흥행 공식에서 벗어나 있는 점이 특징이었다. 지난해 열린 미디어토크에서 넥슨은 다양성 유지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넥슨의 철학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다양성”이라며, 넥슨만의 문화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넥슨은 자회사를 포함한 신규 개발 조직을 독립적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했다. 각 조직의 개발 철학과 개성에 기반한 창의적 게임 개발을 독려하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개발 스튜디오에 프로젝트 신설 등 운영 전반에 대한 자율적 권한을 부여했다. 이 역시 다양성을 위한 조치였다.

듀랑고 이미지. / 사진=넥슨
듀랑고 이미지. / 사진=넥슨

넥슨이 이렇듯 다양성을 추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넥슨이 ‘돈슨(돈만 밝히는 넥슨)’ 이미지를 벗고자 다양성 추구에 힘을 쏟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넥슨은 ‘로드러너 원’ ‘애프터 디 엔드:잊혀진 운명’ ‘이블 팩토리’ 등 추가 현금 결제가 필요 없는 이른바 ‘착한 게임’을 여럿 선보였다. 해당 게임들은 수익성만 생각했다면 절대로 출시될 수 없었던 게임이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넥슨의 다양성 실험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신작을 선보였지만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실시하고, ‘페리아 연대기’ 등 그동안 진행 중이던 신규 게임 프로젝트들을 대거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넥슨의 다양성 있는 게임 개발을 이끌었던 정상원 개발총괄 부사장마저 넥슨을 떠나게 됐다.

대신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외부 고문으로 임명해 개발 프로젝트 옥석 가리기에 나섰으며, 최근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수십 종의 게임을 선보였던 넥슨은 올 하반기 신작 모바일게임 ‘V4’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제는 다양성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금력이 풍부한 1위 게임사였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계속되는 신작 흥행 실패를 비롯해, 중국 판호 제한 등 국내외 사정이 계속 악화되면서 이제는 더 이상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할 여력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듀랑고는 넥슨이 최소 10년은 서비스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게임이다. 2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만큼 넥슨이 현재의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듀랑고 서비스 종료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사업적 판단으로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 레퍼런스가 없는 새로운 시도를 했던 타이틀인 만큼 ‘야생의 땅: 듀랑고’의 개발/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유저분들을 더욱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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