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신도시 분당, 교통평가 최하등급에 학교 과밀 심각
신혼부부 대상 공급 특수성 고려않고 추가로 주택건립 추진
동탄2 등 2기신도시는 대중교통 광역버스가 전부
국토부는 3기신도시 추가지정 및 3기교통망 구축에만 혈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주택시장 안정화와 서민의 주거안정 취지로 공급하는 주택이 해당일대 거주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현재도 인구 과밀로 도시기반시설이 부족해 주거환경의 질이 저하돼있는데 국토부가 주택공급을 밀어부친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현안 해결보다 공급물량을 채우려는 치적쌓기에만 몰입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10번지 일대 24만7631㎡를 공공주택지구로 확정 고시했다. 주택공급을 두고 이 일대 주민과 수개월 간 첨예한 대치상태였지만 결국 오는 2023년까지 해당 지구에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대상으로 주택 2500세대를 공급한다.

해당일대 주민들은 주택 공급 포화로 이미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공급을 반대해왔다. 성남시가 발표한 2020도시기본계획을 보면 분당은 당초 개발 계획보다 현재 가구수가 2배 이상 많다. 가구수 제한규제가 없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도시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교통과 학교과밀화가 문제로 꼽힌다. 교통량과 통행속도를 통해 산정하는 교통평가에서 서현로는 FFF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8단계 중 최하 수준이다.

인근에 위치한 서현중학교는 이미 성남교육청에서 편성한 학급정원 30명을 훌쩍 넘었다. 신혼부부 대상의 공급물량이 청약 요건인 다자녀 가점제로 결혼 후 7년 이내 2자녀 이상 신혼부부가 들어오게 되는 특수성을 고려해보면 이미 포화상태인 학교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국토부의 물량공급에 불만을 갖는 것은 분당 주민만이 아니다. 국토부는 토지보상을 시작도 하지 않아 착공까지 수년은 더 걸릴 3기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에 착수한 상태인데, 이에 대해 2기신도시 입주민들은 일처리 순서가 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기신도시 상당수는 교통망 부족으로 입주수요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동탄2신도시다. 이곳은 지난 한 해에만 2만2431세대가 입주했고 올해도 1만3519세대가 쏟아질 예정이다. 이처럼 공급물량은 많은데 입주하려는 이는 많지 않아 전세가는 떨어지고 있다. 동탄역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7.0 전용 73㎡의 전세 시세는 1억 원 후반에서 2억 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말부터 입주에 들어간 동탄2사랑으로부영 전용 60㎡는 1억5000만 원 미만으로도 나온다. 시민들은 전적으로 광역버스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서울버스총량제 문제로 버스를 증차할 수조차 없는 등 생활 불편이 이어지자 집값도 하락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대책 마련차 이들에게 트램이나 GTX 조기착공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교통 기반시설 이용은 머나먼 얘기다. 트램은 이달 중 고시가 난다고 하더라도 기본계획수립 및 타당성 검사, 사업확정,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설계, 보상, 착공까지만도 최소 5년은 걸리니 준공 후 시민이 이용하는 건 8~9년 뒤 얘기다. GTX-A노선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기존 빈집 많은 2기신도시에 교통편만 확보돼도 서울의 주택수요 분산, 이에 따른 집값 안정화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3기 신도시를 만들게 된 것은 2기 도시의 교통망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주택 수요 분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기존 지역의 3기 신도시 유입으로 인한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2기신도시 교통망을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부는 3기신도시 건설 등 발표해놓은 주택공급 호수 채우기에만 연연하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집값이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3기 신도시 추가지정도 당초 계획대로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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