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16분기 적자 예고···평택 생산라인→베트남 하이퐁 공장으로 통합 이전
LG이노텍·디스플레이, 애플 의존도 매년 상승···원가 절감 및 신사업 다각화 나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LG전자가 스마트폰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국내 생산을 중단한 가운데,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등 계열 부품사 역시 스마트폰 사업에서 진통을 겪는 모양새다. 양사 모두 단기적으로는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공 들일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수익 사업에 집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 속에 이같은 분석이 힘을 받는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조명 사업을 중단할 계획이고 LG유플러스도 전자결제 사업을 수천억원 규모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최근 지주회사인 ㈜LG 경영진과 함께 그룹 내 일부 계열사들을 돌아보며 사업현황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LG전자는 최근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올 하반기까지 베트남 하이퐁 공장으로 통합 이전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공장이 폐쇄되면서 사실상 LG전자는 스마트폰의 국내 생산을 접게 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베트남 하이퐁 공장은 연간 110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 LG전자 스마트폰, 적자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 MC사업본부는 4년 가까이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는 올 2분기도 LG전자의 MC 사업본부가 약 18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해 16분기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MC사업본부는 최근 2년간 20%의 인원을 타 부서로 내보내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지만 판매 부진의 벽을 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진은 계열 부품사인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의 수익 편중 구조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 등이 독주체제를 굳힌 반면 LG전자가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스마트폰 부품을 납품하는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대한 매출, 수익 의존도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의 애플에 대한 의존은 회사의 전략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택한 사업 노선에 가깝다. 고객사는 여럿이지만 애플과 같은 선두 업체는 지극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1분기 양사의 경영 성적표는 애플에 대한 의존도를 그대로 드러낸다. 전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된 데다가, 아이폰까지 주요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실적 하락으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0% 줄었다. 애플의 중국 지역 매출도 27% 감소한 130억달러를 기록했다. 

LG이노텍은 애플 판매가 부진하면서 올 1분기까지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광학솔루션 부문 영업익이 급격히 하락했다. 올 1분기 광학솔루션 매출은 6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하고, 2년 전 2017년 1분기 매출액 9242억원보다도 30% 감소했다.전체 수익성의 80% 가량을 견인하는 광학솔루션 실적이 하락하면서 전체 영업익도 11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 LG디스플레이·LG이노텍 후방산업 계열사도 영향

LG디스플레이는 LCD TV 사업에서 중국 업체의 저가에 밀린 가운데, 스마트폰 패널에 들어가는 중소형 POLED 사업에서 적자 폭을 키웠다. 이 회사는 TV용 LCD 패널 사업을 주요 매출원으로 삼아왔지만, 최근 중국 경쟁사의 저가 공세로 인해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 스마트폰, TV,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OLED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후발로 뛰어든 스마트폰용 POLED 사업의 경우, 관련 비용 지출이 늘면서 실적에 적신호를 밝혔다. 여기에 올해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로부터 POLED 물량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실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사실상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TV 패널을 주요 먹거리로 삼던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POLED 사업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핵심 사업으로 역량을 키우고 있는 OLED TV에 집중하면서 중소형 OLED는 소외받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OLED TV를 담당했던 임원들은 승진가도를 달리지만 중소형 분야는 투자와 승진에서 소외됐다는 것이다. 

최영산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형 OLED 사업에선 수익성이 점차 가시화되는 반면, 중소형 OLED는 최근 실적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요소다. 올해 관건은 중소형 OLED의 적자 폭을 줄이는 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중소형 올레드 사업 향방을 예측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 애플 라인의 경우에 LG디스플레이가 올해 물량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지 아직 확실하지 않고, 받는다고 해도 수율이 안정적으로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단위당 높은 감가상각비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양사가 장기적으로 판매 활로를 찾기 위해 사업 전략을 선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LG디스플레이는 앞서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모바일용보다 차량용 POLED 사업에서 우선적으로 저력을 발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LG이노텍 역시 최근 전장 부품 등 신사업 육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위기를 돌파할 방침이다. 아직까지 전체 매출 상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LG전자가 최근 전장 사업에 신경을 쏟는 점은 호재로 작용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용 사업의 비중을 낮추고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은 LG디스플레이의 POLED 사업의 위험을 낮춰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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