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게임·스트리밍 게임, 아직 시기상조…“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 경계해야”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한국은 얼마전 세계 최초 5G 상용화 시대를 맞이했다. 이에 통신사들은 5G 콘텐츠 준비로 분주하다. 통신사들이 내세우고 있는 5G 주력 콘텐츠 중 하나는 게임이다. 그러나 정작 게임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5G 기술을 접목할 만한 게임 콘텐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5G 도입과 관련해 주력 콘텐츠로 게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VR 게임과 스트리밍 게임이다. 현재 각 통신사는 게임사들과 업무제휴를 통해 VR 게임 및 스트리밍 게임 개발에 나섰다. 특히 통신사들은 5G 기술을 통해 새로운 게임 생태계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들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게임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우선 VR게임의 경우, 통신사들은 5G 기술을 통해 4G와 비교해 훨씬 더 부드럽고 원활한 영상 및 게임 구동이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VR 기기 자체 개선 없이는 대중성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VR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선 보통 ‘HMD(Head Mounted Display)’라고 불리는 VR 기기 착용이 요구된다. 문제는 VR 기기의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제대로 된 VR 콘텐츠를 경험 하기 위해선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VR기기가 필요하다. 10만원대 보급형 기기도 존재하나, 이를 통해선 VR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는 평가다. 

앞서 2~3년전 게임업계에는 이미 한차례 VR 광풍이 불어닥친 적이 있다. 당시 중견 게임사들은 VR 시장 선점을 위해 VR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러나 2~3년이 지난 지금, 대다수 게임사들은 VR 게임 개발을 중단했다. 대형 게임사들은 애초에 대중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VR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여기에 VR 영상을 통한 어지러움 문제, VR 기기를 쓰는 것 자체의 불편함 등이 더해져 현재는 일부 매니아들의 전유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VR 기기를 안경 크기 수준으로 줄이지 않는 한 대중성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어지러움증 같은 경우 사람마다 편차가 커, 이를 확실하게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모스콘센터 게임개발자회의(GDC)에서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스타디아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모스콘센터 게임개발자회의(GDC)에서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스타디아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스트리밍 게임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최근 IT공룡 아마존, 구글 등이 스트리밍 게임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스트리밍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5G 기술을 이용할 경우 지연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 5G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는 당장 스트리밍 게임이 대중화되기에는 기술적 제약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스트리밍 게임이 기존 게임과 다른점은 게임을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하지 않고 서버 클러스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실행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저들은 게임 다운로드를 하지 않아도 실행 서버에만 접속하면 다양한 종류의 기기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문제는 안정성이다. 보통 PC에 설치한 게임의 경우에도 각종 서버 문제로 게임이 튕기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스트리밍 게임은 게임 자체가 서버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여러 통신 문제로 이런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경우 이러한 문제에 상당히 민감하다. 동영상 같은 경우, 접속 지연이 될 경우 이어서 보는 경우가 많지만 게임은 여러번 튕기면 해당 게임 자체를 멀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하는 대부분의 유저들은 적과의 전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흥분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게임 접속 지연이 될 경우 엄청난 분노를 느끼게 되고 이는 게임 이탈을 초래한다. 스트리밍 게임이 편리한 것은 맞지만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대중화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근 주류 장르인 모바일게임에 5G 기술을 적용하면 어떨까.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5G 기술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5G를 통해 게임 다운로드가 조금 빨라질 수는 있겠으나 게임 자체를 하는데 있어 지금의 4G로도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 5G 기술을 적용한 게임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현재 통신사들이 말하는 게임 관련 혁신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