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925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주식분산기준 미달 해소 목적
증자 주식 상장 주식의 3분의 1 규모에 소액 투자자들 불만 나와
“유증 불가피···장기적으론 수익 증대 이끌어 주가에 긍정적 영향 미칠 것”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 / 사진=시사저널e DB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 / 사진=시사저널e DB

이베스트투자증권이 김원규 대표 체제 구축과 함께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기존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식분산 요건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당장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유상증자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을 이끌어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 시장에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6.38% 내린 763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에는 8.83%까지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12일 장중에도 이어지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주가 하락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유상증자 이슈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통해 925억5000만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 해소와 함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레버리지 비율의 근원적인 개선, 영업력 강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한다”고 밝혔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주식분산기준 미달로 관리종목 지정 목전에 있었다.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 제 28조에 따르면 소액주주의 소유주식수가 유동주식수의 100분의 20에 미달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유동주식수 대비 소액주주 비중은 2.58%(104만5035주)로 20%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소액주주 수가 1588명에다 주식수가 100만주를 넘어 예외규정 조건 중 일부를 충족하지만 이 경우도 소액주주 비중이 10%를 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자 이베스트증권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공모로 유통 주식수가 늘어날 경우 기존 보유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까닭이다. 더구나 이번 공모 물량은 1500만주로 유동주식수(4048만1190주)의 3분의 1을 넘어선다. 소액주주 보유 주식수와 비교하면 10배를 훌쩍 넘는 물량이다. 예정발행 가액도 6170원으로 최근 급락한 주가보다 한참 아래다.

한 개인 투자자는 “상장주식 수의 3분의 1을 유증하는 것은 투자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며 “기존 주주들에게 어느정도 해주는 것도 없이 희생만 강요한다”라고 토로했다. 한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는 “이베스트 이용하지 말자”, “대표이사 바뀌더니 기존 소액주주만 죽는구나” 등의 격한 반응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주식분산 기준 미달이 예상됐던 상황에서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점도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소액주주 주식수에 자사주가 포함돼 계산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10%가 넘는 자사주를 포함해 계산하면서 주식분산 기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일부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으로 고의 상장폐지에 나서는 등 부작용 탓에 자사주를 소액주주 주식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주식분산 기준을 미달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내용이 2017년 6월에 개정이 예고 됐다는 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지분에 자사주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2년전부터 예고돼 왔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예고만으로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장사들은 각종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며 “시행 단계가 되니까 그걸 이유로 부랴부랴 유상증자한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인 나노스의 경우엔 주식분산 기준에 미달되면서 대주주 지분 매도 등을 고민하다 지난해 10월 대주주를 대상으로 차등 무상감자에 나선 바 있다. 대주주 주식수를 무상으로 줄여 소액주주 지분율을 높이겠다는 방책이었다. 더불어 나노스의 최대주주인 광림은 차등감자 진행 과정에서 보유 지분 전량을 보호예수 한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이후 나노스는 소액주주 지분이 2.46%에서 지난해 말 기준 11.65%로 증가했다.

반면 이베스트투자증권 측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노력을 안했다기 보다는 회사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했다. 자사주를 소각 등 방안이 제기됐지만 자사주를 소각한다 하더라도 소액주주 보유 비중이 0.5%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쳐서 큰 소용이 없었다”며 “더불어 지난해 8월까지 회사를 매각추진 하는 과정도 겹치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동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자사주를 매입했고 배당을 해왔다”며 “이번 유증으로 인해 수익성이 증대될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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