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이익 61.2% 늘었지만 총배당금은 전년과 동일···주당 배당금은 30% 감소
김원규 대표 취임 이후 자기자본 1조원 목표···계속되는 유상증자로 주식가치 희석 불가피할듯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전년보다 크게 늘어난 당기순이익에도 총 배당금은 사실상 동결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발행주식이 늘면서 주당 배당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기업금융(IB) 강화를 위한 자기자본 확충에 힘쓰고 있어 '고배당주'로서의 매력을 다소 잃어버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3월27일 주주총회를 통해서 확정되는 지난 2019년 총 배당금은 173억8996만3740원으로 전년도 172억5465만1970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이러한 배당 안건을 놓고 당초 시장의 예상과 다른 방향이라는 분석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고배당을 기대하고 있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대주주가 사모펀드(G&A사모투자전문회사)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배당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추천한다”며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전년도 수준 이상의 주당 배당금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전년대비 61.2% 증가한 5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당기순이익이 60% 넘게 늘어났는데 총 배당금은 사실상 동결됐다. 1주당 배당금은 2018년 485원에서 2019년 345원으로 오히려 30% 가까이 급감했다.

1주당 배당금이 감소한 이유는 지난해 5월 실시한 778억5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이전까지 최대주주인 G&A사모투자전문회사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84.88%였다. 자사주로는 12.54%를 가지고 있었다. 소액주주 지분율은 2.58%에 그쳤다.

그러나 2017년 6월 코스닥 상장규정이 자사주를 소액주주 주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자사주를 제외하면 소액주주 분산요건 기준(20%)을 충족하지 못했고 관리종목 대상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5월 유상증자로 G&A사모투자전문회사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62.19%로 떨어지면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소액주주분산 요건을 만족시켰다. 자기자본도 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총 주식수가 4048만주에서 5548만주로 늘어나면서 주식가치는 급격히 희석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 1주당 배당금이 점차 적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유상증자는 계속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달 베스트솔루션제일차 주식회사, 베스트솔루션제이차를 대상으로 12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자기자본을 기존 5000억원에서 6200억원으로 늘렸다.

유상증자는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콜옵션(되사기) 조항을 가진 비상장 전환우선주(CPS)형태로 발행됐다. 2년 동안은 연 4.2%의 배당이 지급되고 이후로는 매년 배당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스텝업 조항을 가진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가깝다. 이익금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전환우선주 주주들에게 배당이 지급되고 기존 주주들 배당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이러한 유상증자는 지난해 취임한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의 자기자본 확충 계획과 관련이 깊다. 김원규 대표는 IB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외치며 2022년 초까지 자기자본을 1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 대표는 늘어난 자기자본으로 장외파생, 신탁, 헤지펀드 등 신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러한 경영기조라면 앞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익금이 늘어나더라도 배당금 지출 대신 자기자본계정 납입 비중을 높힐 가능성이 많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기순이익 대신 배당기준일 주가 기준으로 1주당 배당금을 계산하면 시가배당률이 전년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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