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불안 증폭···항공사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 없어”
전문가 “다른 항공사 선택에 따르는 경우 많아”···일부 글로벌 항공사는 도입 전면 취소

지난달 10일 발생한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추락 사고 원인이 기기 결함으로 확인됐다.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지난달 10일 발생한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추락 사고 원인이 기기 결함으로 확인됐다.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지난달 10일 발생한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추락 사고 원인이 기기 결함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해당 기종을 도입·운항 예정이던 국내 항공사들의 향후 계획이 주목되고 있다. 앞서 추락 사고 직후 항공사들은 “사고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발표된 에티오피아 정부의 사고 초기보고서(Preliminary Report)에 따르면, 737 맥스 기종의 추락 사고 원인은 자동비행장치의 오작동이다.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보고서 발표 직후, 이를 인정하고 월간 생산대수를 기존보다 20% 줄이겠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체 결함이 확인된 만큼 보잉사가 단기 처방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 할 경우, 도입 취소 등 항공사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항공사들은 계약 취소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발표 이전인 지난 3월에도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은 “승객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보잉사와의 맥스 기종 49대 계약을 전면 취소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항공사 플라이어딜,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케냐항공 등도 계약 취소, 인도 시점 무기한 연기 등 구체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항공사들의 도입 계획에 변동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항공사들은 “사고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 “안전이 확인되면 도입하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기체 결함이란 공식발표가 나왔으니, 도입 예정이던 항공사들이 무언가 새로운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국내 항공사들은 아직까진 여전히 구체화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을 정하는 데 있어 복잡한 일들이 놓여 있다. 계약 취소 절차가 복잡하고, 항공기 리스 업체와의 문제 등 다양한 사항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맥스 기종의 1대 가격은 1300억원에 달한다. 계약 취소 시 구매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10%의 위약금을 낸다.

제주항공 관계자도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도입 시점까지 여유가 있고, 중거리 노선의 경우 기존 항공기 내부 개조 등을 통해 운항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이 보잉사와 계약한 맥스 기종 물량은 총 114대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도입한 2대를 포함해 총 18대를 도입할 예정이고, 제주항공은 50대 물량을 계약했다.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도 각각 30대, 10대를 오는 5, 6월부터 순차 도입키로 했으나 안전성 확보 전까진 실제 운항엔 투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사들이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항공사는 다른 곳의 결정을 보고, 그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주관이 없는 것”이라며 “글로벌 항공사들이 연이어 계약 취소를 발표하면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어 “승객 안전과 연관돼 있는 일이다. 기체 결함이 확인된 기종을 무리하게 도입하는 것은 항공사 이미지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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