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65% 상승, 2위 신세계의 6배
롯데정보통신, 23개 계열사 통해 내부거래금액 매출 6배 ‘껑충’
실리콘웍스, LG디스플레이 일감이 90% 차지
현대자동차, 총수 일가 최대주주사 내부거래 비중 높아

문재인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국내 10대 그룹의 상장계열사간 내부거래액은 1년 새 2조8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그룹사별 내부거래액 상승률 1위는 롯데가 차지했다. LG와 현대자동차는 상당수 계열사가 내부거래 비중이 70~90%대를 유지하는 등 그룹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시사저널이코노미가 국내 10대 그룹(삼성·LG·현대자동차·SK·GS·롯데·신세계·한화·두산·현대중공업) 내 상장계열사 98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내부거래액 규모는 146조452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43조6477억원) 대비 2조8052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10대 그룹 중 내부거래액 증가비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롯데다. 롯데는 지난해 내부거래액이 4조37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조6488억원) 대비 65% 늘어난 금액이다. 증가율은 ▲신세계(11.63%) ▲삼성(7.61%) ▲현대중공업(7.11%) ▲GS(3.54%) ▲현대자동차·두산(1.31%) ▲한화(0.35%) ▲SK(0.16%) 순으로 높았다. LG는 내부거래금액이 6.68% 감소했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롯데는 롯데지주·롯데제과·롯데정보통신 등 3개 계열사의 내부거래액이 급등해 전체 내부거래액(2조6488억원→4조3754억원)을 끌어올렸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롯데지주는 지난해 매출액 7분의 1인 1조2669억원을 내부거래로 벌어들였다. 이는 전년(3567억원) 대비 4배 가까이 오른 금액이다. 롯데제과 역시 내부거래금액이 2017년 800억원에서 지난해 289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특히 롯데그룹 내 계열사의 전산용역 등 시스템통합(SI) 업체인 롯데정보통신은 전체 매출(8117억원)의 83.73%(6796억원)가 내부거래였다. 내부거래액은 전년도(1203억원) 대비 464% 상승했다. 이 회사는 그룹 내 23개 계열사와 거래를 했는데 이 중 롯데쇼핑의 일감(1505억원)이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보다 1305억원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롯데정보통신의 최대주주는 지분 70%를 보유한 롯데지주다.

LG는 10대 그룹 중 전체 내부거래액이 유일하게 감소(31조7133억원→29조5956억원)했지만 실리콘웍스·지투알·LG상사 등 일부 계열사에 내부거래가 집중됐다. 반도체 개발·제조·판매를 영위하는 계열사 실리콘웍스는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액(7918억원)의 92.50%(7244억원)에 달했다. 이는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98곳 중 가장 높은 수치다.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실리콘웍스의 내부거래 매출 대부분은 LG디스플레이로부터 발생했다. 실리콘웍스는 LG디스플레이와 거래해 71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대비 1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수익성이 떨어진 액정표시장치(LCD) 대신 OLED에 대규모 투자를 쏟고 있는데 실리콘웍스가 중소형 OLED 반도체를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고 있다. 그 외에 지투알(광고·마케팅부문) LG상사(자원원자재부문)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75.89%, 65.15%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위아(86.08%)·이노션(76.10%)·현대모비스(69.84%)·현대글로비스(68.65%) 등 4개사에서 내부거래액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 중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장녀 정성이 고문이 최대주주인(지분율 27.99%) 이노션은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82.8%) 대비 소폭 줄었지만 전체 매출액은 더 늘었다. 이노션은 전체 매출(1조2391억원) 중 9430억원을 현대·기아자동차, 현대카드 등 21개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23.29%)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대부분의 내부거래 매출이 현대차 그룹 내 해외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그 외 상장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이 50%가 넘는 계열사들은 ▲삼성(제일기획 69.16%) ▲SK(SKC솔믹스 57.07%) ▲신세계(신세계아이앤씨 76.74%·신세계건설 63.54%) 등이었다. 국내 1위 광고업체인 제일기획은 내부거래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물산, 호텔신라 등 21개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고 있다. 신세계그룹 내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신세계아이앤씨와 종합건설 회사인 신세계건설 역시 이마트, 신세계 등 30여개 계열사로부터 매년 수천억원의 일감을 받아 그룹 내 의존도가 높았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